<시론>문재인·이재명의 '위장 이혼'

기자 2022. 1.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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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이재명 후보 당선도 정권 교체

與 대표 주장은 차별화 눈속임

유례없는 관권+금권 선거 조짐

소주성 → 부채주도성장 악성화

시즌 1·2 아니라 예고편·본편

문재명 vs 野 결과에 국운 좌우

여당 대표가 작심하고 ‘정권 교체’ 얘기를 꺼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대표가 송영길로 바뀌었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다. 기소돼 죽을 뻔했지 않나. 장관을 했나 뭘 했나. 이 후보도 새 정권”이라고 했다. 내부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밀당’을 할 태세다. 아마도 이번 대선을 넘어 6월 지방선거 공천, 2년 뒤 국회의원 총선, 자신도 후보군에 포함될 다음 대선까지 염두에 둔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속내야 어떻든 문재인·이재명 차별화 없이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은 합리적이다. 이 후보 지지율은 30%대 중·후반 박스권에서 요지부동이고, 이대로는 3자·4자 대결에서도 힘들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라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가정하면 10%포인트는 더 끌어올려야 한다. 비여비야(非與非野) 계층 흡수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특단의 차별화, 즉 정권 교체 전술은 불가피하다.

국민 입장에선 ‘여당 후보에 의한 정권 교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당정치와 책임정치 같은 정치 원론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더 잘 이끌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여권의 정권 교체론은 눈속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탄압의 근거부터 엉터리다. 이 후보의 친형 입원과 관련된 TV 토론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된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법리 쟁점은 강제 입원을 시키려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강제 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했느냐의 여부였다. 2심 판결은 교묘한 허위 발언으로 판단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무죄로 뒤집었다. 토론 문답이라는 즉흥성, 답변의 모호성 등이 근거였는데 ‘기교 판결’ 측면이 강하다. 코드 대법관들 역할이 컸다.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됐고, 유·무죄 균형을 깬 권순일은 퇴임 뒤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이 후보는 탄압받은 게 아니라 문 정권 덕분에 살아난 셈이다.

더 본질적 문제는, 정치 세력과 스타일에서 정책까지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이 후보는 조국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며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조국수호당’으로 불린 열린민주당과 합당했다. 유체이탈·내로남불 행태에 더해 수시로 말을 바꾼다. 경제정책에선 이 후보가 한술 더 뜬다. 온갖 기본 시리즈에다 토지배당까지 내건다. 음식점 총량제를 거론하고 ‘가난하면 고금리, 부자는 저금리인데 정의롭지 않다’고도 했다. “국가부채비율 100%를 넘는다고 문제가 생기느냐”며 현금 살포에도 훨씬 적극적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넘어 ‘부채 주도 성장’이 어른거린다.

이 후보는 청년 활동가로부터 2300만 원 벌금형 받은 얘기를 듣고 “룰을 일부 어기면서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삶도 응원한다. 나도 그랬으니까”라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선 “그냥 환수하면 되지 무슨…”이라고 했다. 또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 합작으로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던 나라”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인권 침해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도 거부했다. 법치와 안보를 흔들고 국민 편 가르기를 초래할 발상이다.

이심문심(李心文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문 대통령 지시는 공허하다. 정부는 대놓고 이 후보를 밀어준다. 이 후보의 “설 전에 추경” 언급에 정부 입장이 선회했다. 법무부 장관은 야당 후보 공격에 적극적이다. 정부가 여당 선거조직 같은 ‘관권+금권’ 행태는 독재 시기에도 없었다. 이 후보가 ‘더 나쁜 변화=윤석열’이라고 했는데, 문·이 관계에 그대로 돌려줄 수 있을 정도다.

최근 징역 3년 형이 확정된 조국 전 장관 동생의 재판 과정에서 ‘위장 이혼’ 사실까지 드러났다. 협의 이혼을 하면서 아내와 ‘언제든지 결혼을 요구할 경우 응해야 한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문재인·이재명 두 사람도 거리를 두는 척할지 모르지만, 본질은 정치적 운명공동체다. ‘문 시즌2’가 아니라 ‘문재인 예고편, 이재명 본편’이 될 가능성도 크다. ‘문재명 정권’ 10년이냐, 5년 만의 정권 교체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나라가 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관계부터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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