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미국 조던슈니처박물관 소장 '십장생도'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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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장생도(長生圖)는 중국에도 있지만, 십장생도는 고려시대에 정립된 한국적인 그림이다.
우주적으로 승화된 십장생도를 집안에 펼쳐 놓고 병을 고치며 오래 살기를 소망했으니, 우리 조상들의 그 끝없는 스케일에 새삼 압도되고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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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1월의 주제는 ‘질병 극복, 다시 만남’이다.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 자연물인 해, 구름,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으로 그린 산수화다. 장생도(長生圖)는 중국에도 있지만, 십장생도는 고려시대에 정립된 한국적인 그림이다. 9가 인간 차원의 최고 숫자라면, 10은 우주 차원의 무한한 숫자다. 장생은 도교의 세계이고 십(十)자는 불교의 경지다. 장생도에 ‘십’자 하나를 붙여서 끝없이 광대한 장수의 세계를 펼쳤다.
고려시대 학자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은 병에 걸리자 연초에 받았던 세화(歲畵) 십장생도를 꺼내서 장편의 글을 남기며 회복을 기원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임금의 만수무강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십장생도가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더불어 핵심적인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
1879년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세자 시절 천연두에 걸렸다가 완쾌됐을 때, 그 기념으로 제작한 그림 역시 이 십장생도였다. 이 병풍(사진·조선, 1879년, 비단에 채색, 각폭 200.5×51.6㎝, 조던슈니처박물관 제공)은 미국 오리건대 조던슈니처박물관(The 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 University of Oregon)에 소장돼 있다. 1924년 이 박물관의 설립자이자 초대 관장인 거트루드 배스 워너(Gertrude Bass Warner)가 한국의 풍속화 판화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출신 판화가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의 자문을 얻어 구입했다.
우주적으로 승화된 십장생도를 집안에 펼쳐 놓고 병을 고치며 오래 살기를 소망했으니, 우리 조상들의 그 끝없는 스케일에 새삼 압도되고 감탄하게 된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경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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