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기자를 설레게 한 조던과 손흥민, 거기 이동국은 왜?

왓칭·Watching 입력 2022. 1. 17. 11:03 수정 2022. 2. 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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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17년째 스포츠만 취재하는 장민석 기자
"시카고컵스 108년 만의 우승 영화로 나올 것"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스포츠부에서 17년 간 스포츠를 취재해 온 장민석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민석 기자가 다녀온 북미 4대 스포츠 결승 현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1년 NFL(미프로풋볼) 수퍼볼, 2017년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스탠리컵 파이널, 2017년 NBA(미프로농구) 파이널, 2016년 MLB(미프로야구) 월드시리즈.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2006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7년째 스포츠 기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스포츠부에 오래 있다 보니 운이 좋게도 세 번의 월드컵(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과 세 번의 하계올림픽(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을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그 밖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NFL 수퍼볼, NBA 파이널 등 수많은 스포츠 빅매치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 본인도 스포츠를 자주 즐겨하고, 또 잘하시나요?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없어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몰두해 보다 보니 스포츠에 더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요? ‘이불 밖은 위험해’가 아니라 ‘그라운드 안은 위험해’가 제 지론입니다.

3) 축구라는 취재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입사 당시 면접 때도 스포츠부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고, 들어와서도 계속 어필한 결과 사회부 수습을 떼자마자 스포츠부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축구와 야구, 골프가 스포츠부의 메인 종목인데 당시 부장 지시로 축구를 맡았고, 어찌 하다 보니 2019년까지 14년간 쭉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담당 종목을 야구로 바꿔 두 시즌을 치렀습니다.

4) MBTI 성향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최근에 인터넷으로 해 본 결과는 ESFJ로 나왔습니다. 사교적인 외교관 유형이라고 하네요. 스포츠 스타로는 손흥민 선수가 저랑 같습니다. 저와 생일이 같은 김연아 선수도 ESFJ네요. 나름 스포츠계에선 빅 네임을 보유한 MBTI인 것 같습니다.

5) OTT에 돈을 지불하고 계시나요?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미국풋볼리그인 NFL 중계를 보기 위해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6) ‘아 이건 영화나 드라마 찍을 감이야’라고 느꼈던 스포츠 명장면이 있었다면?

연장 10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하는 시카고 컵스 선수들. 컵스는 인디언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최종 4승3패를 기록하며108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연합뉴스

201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언젠가는 영화화될 것이라 생각하고요. 회사 연수로 미국에 가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이라 운이 좋게도 현장 취재를 할 기회를 얻어 역사적인 승부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시간입니다. 미국 야구 팀인 시카고 컵스는 순종 2년인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습니다. 말이 108년이지 살아 있는 사람 중엔 컵스의 우승을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로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1992년 이후 우승이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데 컵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것이죠.

아무튼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는 치열한 접전 끝에 최종전인 7차전까지 흘러 갔습니다. 결국은 연장까지 치러 컵스가 8대7로 승리해 북미 스포츠 사상 가장 길었던 무관의 설움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그때 시카고 현지에서 컵스 팬들과 함께 웃고 환호했던 추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7) 영화 찍을 만한 스포츠 관련 인물은요?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K리그 2020시즌에서 전북 공격수로 뛰던 이동국 선수. 사진은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팀 동료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지금은 은퇴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동국 선수의 굴곡 많은 축구 인생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영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랑 동갑내기라 더욱 감정이입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10대 시절에 폭발적인 재능을 드러낸 어린 스트라이커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 교체로 출전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해 막상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엔 뽑히지 못했죠. 이동국 선수는 전국민이 4강 신화로 환희에 휩싸였을 때 쓸쓸히 소주로 속을 달래며 TV도 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절치부심해서 한국 최고 공격수로 떠올랐지만 2006 독일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큰 부상을 당하며 또 한 번 월드컵 본선 출전이 좌절됩니다. 12년 만에 나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결정적 기회를 놓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됐죠.

그때 남아공 현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나온 이동국 선수의 표정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매우 낙담한 얼굴로 “내 월드컵은 끝났다”고 했습니다. 불과 31살이라 당시엔 너무 이른 얘기가 아닌가 했지만 실제로 그의 월드컵 경력은 거기까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의 빛나는 축구 인생은 30대부터 펼쳐집니다. K리그 전북에서 2020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7번 리그 정상을 거머쥐었고, 시즌 MVP를 4차례 받았습니다. K리그 통산 득점 1위 기록도 그의 것입니다. 비록 월드컵 무대에선 총 51분밖에 못 뛰며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마흔한 살까지 K리그 무대를 누비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한 이동국 스토리는 전형적인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와는 또 조금 달라 더 울림을 줍니다.

8)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는?

조선일보에 입사한 직후 기자로 누구를 인터뷰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대답은 마이클 조던이었습니다. 물론 그 꿈을 아직 이루지는 못했지만요.

조던은 저를 본격적으로 스포츠의 세계로 이끈 인물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속어 중에 ‘간지’라고 있습니다. 조던은 제가 살아오면서 봐왔던 수많은 인물 중 가장 ‘간지가 나는’ 사람입니다. 중학 시절 알게 된 ‘농구 황제’의 슛 폼은 너무나 유려하고 우아했습니다.

조던을 좋아하면서 NBA에 입문했고, 스포츠 마니아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원래 전 실력이 좀 떨어지는 ‘언더 독’을 응원할 때가 많은데 이때 만큼은 조던의 압도적인 실력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 절체절명의 순간 아무렇지 않게 터뜨리는 클러치 슛은 압권이었죠. 불스 선수로 쏜 현역 마지막 슛이 1998 파이널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득점이었을 정도로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강했습니다. 찰스 바클리가 이끄는 피닉스 선스와 맞붙은 1993년 파이널도 잊을 수 없는 명승부입니다.

9) ‘인생경기’로 꼽는 스포츠 경기가 있나요?

2018년 6월 27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 선수가 주세종 선수의 롱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앞서 언급했듯 월드컵 취재를 세 번 다녀왔습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한국이 승리한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선배가 챙기고 저는 우리 조에 속한 다른 팀인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을 취재했습니다. 이후 2차전인 아르헨티나전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을 거쳐 2018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와 2차전까지 제가 본 한국 대표팀의 8경기 결과는 2무 6패로 처참했습니다. 즉 저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한 번도 지켜보지 못한 거죠.

이제 러시아월드컵의 남은 한 경기는 독일과 3차전. 세계 최강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에 속으로 내 기자 인생에 한국의 월드컵 본선 승리를 보는 건 틀렸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아시다시피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두 번째 골 장면은 아직도 눈 앞에 선합니다. 0-1로 뒤져 예선 탈락 위기에 처한 독일은 골키퍼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했는데 주세종이 노이어의 공을 빼앗아 전방에 있던 손흥민에게 긴 패스를 보낸 그 장면부터요.

손흥민이 공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취재석의 기자들도 모두 일어나 “손흥민!”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전력 질주한 손흥민이 그 공을 빈 골 문에 집어넣는 순간 기자들은 얼싸안고 기뻐했습니다. 근데 또 일은 해야 하는지라 눈물을 훔치면서 키보드를 두드려 기사 마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2대0, 제가 세 번의 월드컵 취재에서 처음으로 본 한국 축구의 승리였습니다. 그 명승부는 다음날 ‘정말 이겼습니까’란 제목으로 조선일보 1면을 장식했더랬죠. 제 인생 경기였습니다.

10) 현재 보고 있거나 푹 빠져 있는 작품들이 있으세요?

스포츠만큼이나 드라마도 좋아합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최우식·김다미 주연의 ‘그해 우리는’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크게 특이할 것 없는 내용이지만, 두 주연 배우의 호연과 풋풋하고 진솔한 대사로 빠져 있는 드라마입니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 ‘DP’등 유행하는 작품들은 챙겨 보는 편입니다.

11) 여태껏 보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추천하고픈 스포츠 주제의 작품 3편만 꼽아주세요.

스포츠 다큐 세 편을 소개합니다.

1. 마이클 조던을 다룬 ‘더 라스트 댄스’.

넷플릭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앞서 설명했듯 제 우상을 다룬 다큐라 나오자마자 경배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고 봤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보신 작품일 거에요.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뛴 마지막 시즌인 1997~1998시즌과 조던의 어린 시절부터 1996~1997시즌까지의 시간을 교차로 편집한 형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조던 외에도 불스에서 함께 왕조를 이룬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스티브 커 등의 인물도 입체적으로 다뤄 더 좋았습니다.

이 작품에는 NBA 파이널에 여섯 번 올라 여섯 번 모두 우승한 과정에서 보이는 조던의 지독한 승부 근성이 잘 나타나 있는데요. 스포츠 스타로는 조던을 존경하지만 직장에서 그와 같은 유형의 상사는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팀 동료들을 엄청나게 다그쳐 정상까지 멱살 쥐고 끌고 가는 스타일의 리더니까요.

2. 시즌3까지 나온 ‘F1:본능의 질주’

F1:본능의 질주 스틸컷. /넷플릭스

저는 사실 운전도 잘 못하는 ‘차알못’이지만 스포츠로 F1(포뮬러원) 경주를 매우 좋아합니다. 한때 담당 기자로 전남 영암에서 열렸던 F1 코리안 그랑프리 현장 취재도 했었고요.

‘본능의 질주’는 우승을 향한 각 팀들의 무한 경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F1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얼마나 좋은 차를 가지고 나오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향이 강한데 빈부 격차에 따라 우승권 팀과 하위권 팀의 처지가 사뭇 다른 것도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러나 결국 F1도 사람이 하는 스포츠죠. 선수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치열한 경쟁이 불러오는 압박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경주 장면을 화려한 카메라 워크로 실감 나게 잡아내 큰 화면으로 보면 더욱 재미있는 다큐입니다.

3. NFL 스타의 몰락을 다룬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

다큐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넷플릭스

2012년에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수퍼볼을 현장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신예 스타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에르난데스의 경기 장면을 두 눈으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성공이 보장되어 있었던 에르난데스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됩니다. 선수의 성장 과정을 찬찬히 짚어가면서 한 인간을 심도 깊게 분석하는 내용이 좋았습니다. 꽤 몰입감이 있는 다큐라 한 번에 시리즈 3편을 몰아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추천작 보러가기>

더 라스트 댄스

F1:본능의 질주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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