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발칙한 구애.. 짝짓기 예능 전성시대
근육질 몸매·노출 심한 옷 등장
자신 가꾸고 드러내기 거침없어
이혼·이별한 커플들도 당당하게
선남선녀 만남 실제로는 적어
자기 캐릭터·매력 있어야 선호
PD “원빈보다 데프콘 더 원해”
제작진 없이 카메라로 관찰예능
너무 적나라해 논란 번지기도
출연진 사생활 100% 검증못해
‘짝짓기’ 예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상파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케이블채널로 자리를 옮기며 표현 수위가 높아지고 출연진들도 더욱 과감해졌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기존 중매식 연애 매칭에서 탈피, 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넷플릭스에 소개된 ‘솔로지옥’은 지난 9일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서 전 세계 TV쇼 5위를 차지했다. K-예능 최고 기록이다. 요즘 짝짓기 예능, 무엇이 달라졌을까?
◇ MZ세대, 사랑의 기준을 바꾸다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의 원조는 지난 1994년 방송된 ‘사랑의 스튜디오’다. 이후 SBS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등 유사 프로그램이 이어져 왔으나 2014년 SBS ‘짝’에 출연한 여성 출연자가 사망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이후 연예 매칭 프로그램은 2017년 채널A ‘하트시그널’을 통해 부활했고, 최근 방송되는 ‘솔로지옥’과 SBS플러스·NQQ ‘나는 솔로’, MBN ‘돌싱글즈’ 등으로 이어졌다. 시대는 달라졌고, 세대는 바뀌었다. SNS를 통한 드러내기에 능한 MZ세대가 참여하는 짝짓기 예능은 보다 파격적이다. ‘솔로지옥’에서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무장한 남성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웃옷 벗길 주저하지 않고, 여성 출연진들도 몸매를 강조한 의상으로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지상파라는 틀에서 벗어난 ‘솔로지옥’을 두고 “선정적”이라는 타박은 없다. OTT가 콘텐츠의 중심으로 떠오른 ‘시대’와 나를 가꾸고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세대’의 만남이 빚은 풍경이다.
짝짓기 예능에는 ‘미혼의 선남선녀’가 출연한다는 편견도 벗어던졌다. ‘돌싱글즈’는 이혼한 남녀의 새로운 만남을 전면에 내세웠고, ‘환승연애’는 실제로 이별한 커플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 지나간 인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세태를 보여주는 셈이다.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만든 ‘나는 솔로’는 극사실주의 데이트를 표방한다. 선남선녀의 만남은 그야말로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자신만의 캐릭터와 매력이 있고, 직업과 신분이 확실한 사람, 또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을 우대한다”면서 “그래서 원빈보다 데프콘을 더 원한다”고 말했다.
출연진의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과거 짝짓기 예능이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로 양분돼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 남성과 모델이나 연예 지망생 여성들이 주로 참여하던 때와는 다르다. 인플루언서, 댄서, 웨이트 트레이너, 임대사업자, 영업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확장성을 강조했다.
◇ 관찰 예능, 연예 매칭 판도를 바꾸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는 관찰 예능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나홀로족(族)의 삶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부부의 삶을 조명하는 ‘동상이몽’, 연예인의 육아를 들여다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관찰 예능 일색이다. 이런 분위기는 짝짓기 예능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 공간에 있던 ‘사랑의 스튜디오’ 시절과 달리, 출연진은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잊은 채 온전히 그들만의 시간을 누린다.
‘촬영 중’이라는 부담이 줄어들자, 출연자들은 보다 과감해졌다. ‘솔로지옥’에서 세 차례나 천국도 데이트를 즐긴 남녀는 카메라가 설치된 같은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강소영이 오진택에게 “같이 자면 못 잘 것 같지? 여기서 자”라고 말할 때 이를 지켜보는 MC 홍진경, 규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최종 커플로 성사됐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논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나는 솔로’ 4기 출연자 영철은 또 다른 출연자인 정자에게 무례한 언행을 일삼아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정자가 개인 채널을 통해 “촬영하는 4박 5일 동안 두려움을 넘어 공포에 떨었다. 지금까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고, 이에 영철이 “원본을 공개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비(非) 연예인 출연진의 과거 행적 및 인성 논란은 짝짓기 예능에서 빼놓지 않고 불거지는 논란이다. 제작진이 출연진의 사생활을 100%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제작진의 의무다.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재원 PD는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검증 시스템이 있었다. 전 출연자가 촬영 전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후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체크했다”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지만, 사생활 노출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까다로운 검증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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