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주형의 '노마드 골프'에 무지개가 보인다!
[골프한국] 김주형(20)은 타고난 '노마드(nomad) 골퍼'다. 환경이 그를 만들었지만 그 환경을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어릴 때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떠돌며 '노마드 골퍼'로 담금질 된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목초지를 찾았다.
좋은 신체조건(180cm, 95kg)으로 호쾌한 장타와 두둑한 배짱까지 겸비한 그는 유별난 도전욕으로 다른 선수 같으면 감히 넘보지도 못한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을 계속 두드렸다. 그리고 문이 하나 둘 열렸다.
김주형은 2022년 아시안투어 첫 대회인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16일 싱가포르 타나 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그는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4언더파로 라타논 완나스리찬(태국)과 동률을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 완나스리찬에 2타 뒤진 2위였던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 초반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지만 8, 9, 14 번 홀 버디로 공동선두로 라운드를 마쳤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승부 첫 홀에서 김주형이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완나스리친을 물리쳤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반에서만 5개의 버디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태국의 14세 천재 아마추어 찬타나누왓은 17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3위에 머물렀다.
2019년 11월 파나소닉 오픈에서 아시안투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만17세 149일)로 우승을 차지했던 그에겐 2년 2개월 만에 얻은 아시안투어 통산 2승이다.
아시안투어 시즌 상금왕을 노릴 만하다. 우승 상금 18만달러(약 2억1,000만원)로 아시안투어 시즌 상금 랭킹 1위(39만9,428달러, 한화 약4억7,000만원)로 올라섰다. 그는 이번 시즌 7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 등 5차례 톱10에 들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 SMBC 싱가포르 오픈 결과에 따라 아시아투어 상금왕이 결정된다. 강욱순(1996·1998년), 노승열(2010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아시안투어 상금왕의 기회다.
김주형은 머물 줄 모른다. 국내 투어에 안주할 수도 있을 텐데 늘 시선은 더 높은 곳, 먼 곳을 향하고 있다. 그에겐 더 풍부한 목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유목민의 DNA가 넘친다. 그에겐 안주보다는 도전과 모험이 걸맞다.
2018년 6월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ADT)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0년 코로나19로 아시안투어가 잠시 멈춘 사이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그해 7월 군산CC오픈에서 코리안투어 프로 최연소 우승 기록(18세21일)을 세우더니 지난해 코리안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덕춘상(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에서 10대 선수가 대상과 상금왕, 덕춘상을 받은 건 그가 최초다.
'한국의 골프왕'에서 '아시아의 골프왕'으로의 올라설 기회를 맞은 그의 시선은 PGA투어를 떠난 적이 없다.
2020년 8월 세계랭킹 100위까지 출전할 수 있는 메이저 PGA투어 챔피언십에 스폰서 초청으로 참가, 비록 컷 탈락했지만 쟁쟁한 선수들과 겨루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주눅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하며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그를 PGA투어가 가만 놔두지 않았다.
지난 2020-2021 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 컷 통과는 물론 공동 67위에 이름을 올려 '무서운 10대'의 등장을 예고했다. 비록 하위권이지만 쟁쟁한 선수들 틈에서 컷을 통과해 순위에 든 것만으로도 18세 청년에겐 대단한 성공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선수 5명 중 김시우와 김주형 단 2명만 컷을 통과했다. 최경주, 배상문, 이경훈 등 대선배들이 컷 탈락했다.
그 밖의 컷 탈락자들의 면면을 보면 김주형이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키건 브래들리, 아론 배들리, 션 오헤어, 세르히오 가르시아, 빌 하스, 브랜트 스네디커, 라이언 아머, 루크 도널드, 존 샌던 등 거물들이 즐비했다.
PGA투어 진입과 세계랭킹 1위라는 대망(大望)을 품은 그의 미래에 무지개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임성재에 이어 김주형이 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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