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 e스포츠, 기회와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

남정석 2022. 1. 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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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 e스포츠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관심도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3월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2030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진흥책을 쏟아내면서 이미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e스포츠를 대표하는 리그로, 본격 산업화의 기치를 걸고 나선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프랜차이즈 체제 2년째를 맞고 있음에도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봉이 해외 리그만큼 치솟으며 손익 구조가 악화돼 올해 가시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을 경우 향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더 커질 전망이다. 기회와 위험, 어떤 요소가 더 클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한국 e스포츠는 올해 또 하나의 변곡점을 통과할 것은 분명하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참가한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대내외적인 기회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의 정식 종목화는 다른 나라보다 분명 한국에서 파장이 컸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10~20대로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e스포츠 선수들에겐 엄청난 인센티브임은 물론이다. 많은 선수들이 군 입대를 기점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것을 현실을 고려하면, 선수 개개인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로도 상당한 파장 효과를 주기도 한다.

e스포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스포츠 팬이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남다르다.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 종목이었음에도 불구, 공중파 3사에서 제한적인 시간으로 중계를 했는데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여타 스포츠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결과에 놀란 방송계에서 이후 경쟁적으로 e스포츠 콘텐츠 생산이나 인력을 늘렸고, 올해 대회에선 그 비중을 늘일 예정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의 인기가 예전같이 않은 상황에서 주최측뿐 아니라 관련 산업계로서도 e스포츠는 젊은층에게 소구할 매력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하스스톤', 'FIFA', '왕자영요', '스트리트 파이터V', '도타2', '몽삼국' 등 8개의 게임에 금메달이 걸려 있다. 중국에서만 즐기는 게임도 있고, 대부분 중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지만 그래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하스스톤', 'FIFA' 등은 충분히 중국과 우승을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이 가운데 국내팬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종목은 단연 '리그 오브 레전드'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 기회를 살려 지난해 말 대한체육회 준회원의 자격을 얻었고, 국가대표 선발과 함께 지역 예선 참가 등에서 체육회와 적극 공조하기로 했다. 협회는 몇몇 기업들과 국대 선발과 운영을 위한 후원 협약을 협상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도 높아졌다.

여기에 예전과 달리 대선 후보들도 게임과 e스포츠를 통한 젊은층 '구애'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명 게임 유튜버 방송에 나와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한편 e스포츠를 양궁이나 쇼트트랙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략적인 종목으로서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상무에 e스포츠팀 창단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2일 LCK 스프링 시즌 개막전을 직접 참관했고,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 등을 공약하는 한편 하태경 의원을 게임특위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겜심' 잡기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ICT 최고 전문가답게 현재 게임계의 각종 이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소신을 밝히며 2030세대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이는 예전 대선에선 전혀 보기 힘든 장면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게임과 e스포츠 진흥을 위한 '진심'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2일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2 LCK' 스프링 시즌 개막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속 가능성 있을까

LCK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e스포츠 대회가 게임 종목사들의 마케팅 혹은 기업 참가팀들의 홍보나 사회공헌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LCK는 자체적인 생태계 구축으로 여타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프로리그로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면 그 가능성은 훨씬 높다. 우선 지역적인 한계가 거의 없는 글로벌적인 인기에다, LCK 선수들의 경쟁력이나 리그 시스템이 여전히 세계 최고로 통하고 있다. 또 전세계 10~30대에게 e스포츠는 이제 기존 전통 스포츠의 인기를 뛰어넘는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잡은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게임은 무궁무진하게 출시되고 있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대체재는 얼마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디지털 스포츠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좋은 기회를 배경삼아 출범한 LCK 프랜차이즈 체제의 성공 근간은 당연히 자생할 정도의 수익 창출이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북미나 유럽의 경우 스폰서십과 중계권, 입장권과 MD상품 판매, 선수 육성 및 양도, 각종 사업 전개 등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나 야구 등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종목들의 노하우를 이제 갓 10년이 넘는 'LoL' 프로리그가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e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이 여타 종목들에 버금가거나 혹은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수익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LCK만 한정하더라도 그렇다. 경쟁적으로 선수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B급 선수들의 연봉조차 하한선이 10억원을 넘어서기 일쑤다. 신인이 아닌 주전급 선수들로만 짜여진 팀들의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을 쉽게 넘어가고, 이 가운데 연봉이 최대 80%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스폰서과 중계권 수입으로 배분되는 수익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300석도 되지 않는 LCK아레나에서 벌어들이는 입장 수익은 당초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 하더라도 자체 사업 전개 역시 코로나19라는 장벽으로 인해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익 보호라는 이름으로 특히 주전 선수들의 다년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수 보유권 행사와 이를 통한 이적료 수익 등도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LCK 참가팀 중 소수의 글로벌 기반 혹은 대기업 소속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생존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투자자나 스폰서십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구조가 알려지면서 매력도는 예전같지 않다. 현재로선 1~2년조차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LoL' 프로리그가 향후 목표로 하는 영속성을 가지기 위해선 이젠 선수들뿐 아니라 팀들의 수익 창출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며 "특히 연봉은 기존 스포츠만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보유권을 비롯한 팀들의 수익 창출 권리를 제한할 경우 북미나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 LCK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기반이 허약한 다른 지역 리그의 지속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큰 우려감을 나타내며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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