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대선 후보들 국제통상 인식이 우려되는 이유

여론독자부 2022. 1.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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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신냉전 등 글로벌환경 급변하는데
근본 해법 없이 이벤트성 구호만
새 대통령, 쌓여있는 난제 풀려면
정교하고 치밀한 통상전략 내놔야
[서울경제]

최근 여야 대선 후보들이 연달아 경제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55성장전략’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행복 경제’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벤트성 구호에만 그치고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안 보인다. 세계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 동북아시아 역내 중화주의의 재대두, 그리고 신냉전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는 한반도의 북핵 위기가 커다란 쟁점이다.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우리가 무역을 통해 선진국 초입에 진입한 만큼 대선 후보들의 세계관 및 국제 통상 인식이 초미의 관심이다.

한중일 동북아 지역의 최고 지도자가 시차를 두고 바뀌고 있다. 이미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임 총리인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에 이어 미일 동맹을 더욱더 확고히 할 요량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올해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관계를 더욱 활용할 것이다. 중국과도 RCEP을 통해 대화 창구를 늘릴 것이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병폐를 인식하고 분배도 강조되는 ‘신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 질서 및 경제 체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사실 오늘날 급격한 세계 질서 변화는 중국이 핵심이다. 중국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7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의 격동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16조 달러 상당) 세계2위, 무역 규모 세계1위다. 미국 경제력에 육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류 운명 공동체론’과 ‘공동 부유’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RCEP 출범 주도는 물론이고 CPTPP 가입에도 적극적이다. 나름대로 세계적인 대전환(paradigm shift·패러다임 시프트)에 잘 대응해가고 있다.

이달 14일 중국의 관세청인 해관총서는 2021년도 대외 무역 실적을 발표했다. 무역 총액은 6조 515억 달러, 흑자 규모가 6,76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그만큼 세계 공급 사슬에서 안정화된 제조업 생산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민폐(RMB) 환율의 평가절상 효과(6.14%)도 있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대미 무역이다. 29%나 증가한 무역액(7,556억 달러)뿐 아니라 흑자(3,965억 달러)도 사상 최대였다. 수입액은 양자 협상 약속 기준(3,500억 달러)에 훨씬 못미쳤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중국 배제 기조 강화 조치 아래에서 이뤄진 결과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중국 의존 구조를 쉽게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 새 대통령은 그 어느때보다도 난제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현실적으로 대외 통상이 주축이다. 그동안 미국과는 어정쩡한 관계, 중국과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저자세, 일본에는 토착왜구론으로 시대 흐름에 훨씬 뒤떨어진 대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경제 디지털화, 역내 위상 반전, 한반도 긴장 관계를 관통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강한 경제가 답이다.

시급한 것이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복원이다. 그 한 축은 역시 한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일본 기업에 대한 공포감도 줄어들었다. 우리 기업의 주축도 전후 세대로 일본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 다음 달부터 RCEP가 발효된다. 처음으로 한중일이 같은 지역 무역협정 아래에서 활동하게 됐다. 한일 FTA 체결은 자연히 한중일 FTA 체결로 연결될 것이다.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이를 지렛대로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더 올리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야한다. 한일 관계의 강화는 역설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 진출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일본 투자를 국내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껏 몸값이 올라갔던 중국 관련 학과 지원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청장년 사이에서는 혐중 현상이 점증하고 있다. 국민들은 좀 더 긴 안목에서 현명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들도 단순한 표 구걸이 아니라 훨씬 정교하고 치밀한 경제 통상 외교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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