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나성범 성공-KIA PS 진출'의 키를 쥐고 있는 두사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올 겨울 칼을 갈며 ‘명가 재건’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의 향후 시즌은 우타 거포 라인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통산 11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 KIA는 지난해 최종 9위에 머무르며 초라한 퇴장을 알렸다. 자존심에 금이 간 호랑이 군단은 나성범(6년 150억원), 양현종(4년 103억원)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이번 스토브리그 가장 뜨거운 팀으로 떠올랐다. 단장, 감독 교체를 시작으로 전면적인 구단 쇄신을 진행중인 KIA는 2022시즌을 벼르고 있다.
비시즌 적극적인 전력 보강과 함께 KIA는 이제 높은 곳을 바라본다. KIA 10대 사령탑 김종국 감독은 지난 6일 있었던 취임식에서 "스토브리그에서 구단이 적극적인 투자로 전력 보강에 힘썼다"며 "이 노력이 헛되지 않고, 타이거즈 팬들의 열망과 기대해 보답하고자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공언한 KIA의 가을야구 진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 열쇠는 황대인-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우타거포’ 라인이 쥐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겨울 KIA가 타선에 보강한 카드들은 모두 좌타자들이다. 리그 전체 2위인 33홈런에 빛나는 나성범과 최원준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뉴페이스’ 소크라테스 브리토, 고종욱까지 모두 좌타 라인이다. 여기에 기존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형우까지 더하면 KIA 타선은 좌타자가 즐비한 상황.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좌타자가 살아남기 힘든 추세다. 핵심 원인은 단연 ‘수비 시프트’다. 시프트는 우타자보다 좌타자에게 치명적이다. 우타자 상대 시프트의 경우 2루-3루 사이에 수비를 많이 위치시켜 포구에 성공하더라도 비교적 먼거리의 송구가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좌타자의 경우 1루-2루 사이에서 포구가 이뤄지면 1루까지 비교적 손쉽게 공을 건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KBO구단들은 좌타를 상대로 적극적인 시프트를 채택하고 있고 분명 그 효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KBO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21시즌 KBO리그 좌타자들은 OPS 7할3푼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시즌의 7할6푼7리보다 3푼7리 내려간 수치. 같은 기간 우타자 OPS 감소폭은 1푼6리(0.744 → 0.728) 밖에 되지 않는다. 좌타자들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도 2020시즌 3할2푼3리에서 2021시즌 3할1푼1리로 줄었다. 페어지역으로 보낸 타구가 아웃으로 연결된 빈도가 더 잦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가 좌타자들이 고전한 시즌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좌타자 위주로 구성된 라인업은 상대 입장에서도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다.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를 KIA를 위해 남겨두는 식으로 로테이션 운용을 할 수도 있고,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원포인트 좌완 불펜이 좌타 중심 타선을 요리하는 그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KIA의 다가올 새 시즌은 나지완과 황대인에게 많은 것이 달려있다. 최형우-나성범이 포진할 중심 타선에 다채로움을 더해야할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다.
‘타이거즈 최다 홈런(221홈런)’에 빛나는 나지완은 지난 2021년 그야말로 악몽같은 한 해를 보냈다. 허리, 옆구리 등 연이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나지완이 1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1경기에 불과했고 홈런은 단 한 개도 치지 못했다. 1할6푼에 그친 타율도 커리어 로우로 남으면서 그는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포기했다.
나지완에게 2022시즌은 어쩌면 재기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곧 만으로 37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도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할 터. 하지만 그는 한 차례 부활에 성공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19시즌 56경기서 타율 1할8푼6리, 6홈런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으나 2020시즌 풀타임 좌익수로서 다시 날아올랐다. 타율 2할9푼1리로 오랜만에 3할에 근접했으며, 홈런 17개와 함께 92타점을 쓸어담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지완은 ‘짝수해 반등’을 통해 올해 비어있는 KIA의 좌익수 자리를 잡아내야만 한다. 콘택트와 장타력, 수비력에 이르기까지 과제는 산적해있지만, KIA팬들은 그의 화려했던 과거에 희망을 걸고 있다.
또 한 명의 ‘젊은 우타 거포’ 황대인은 2015년 KIA 2차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고교 시절 4할을 넘긴 타율로 백인천상을 처음으로 타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가로막으면서 성장 속도는 더뎠다.
그랬던 황대인은 프로 7년차였던 지난해 드디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수인 86경기를 소화하며 13홈런 45타점과 함께 타율 2할3푼8리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KIA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황대인이었다.
가능성을 보여준 그에 대한 팀 내의 기대는 매우 크다.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은 이 젊은 우타 거포의 성장을 위해 만지작거렸던 박병호 카드도 내려놨다. 팀 고참 최형우도 그를 전주 개인 훈련에 데려가며 후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KIA의 성장에 황대인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역대 FA 최대액인 150억원을 쥐어준 나성범이 성공하기 위해 든든한 조력자가 무엇보다 간절해진 KIA다. 한 명만 피하면 되는 타선은 경쟁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고 견제를 분산시켜야 하는 임무를 누군가는 꼭 수행해야한다. 그 강력한 후보 나지완과 황대인의 향후 추이에 KIA의 많은 것이 달렸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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