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시간' 넘긴 IBK-흥국생명, 후반기 순위싸움 변수로 급부상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2022. 1.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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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왼쪽)과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나란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여자배구 전통의 강자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2021~2022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순위표는 ‘극강’ 현대건설의 독주와 함께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대건설 밑에 포진한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KGC인삼공사까지 4팀이 상층부를 구성하고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그리고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아래에 위치해있다.

팀 간 전력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하위권 팀이 상위권 팀을 잡는 ‘업셋’이 거의 없었고,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다 챔프우승 ‘V4’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 흥국생명이 조금씩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또 2010년대를 주름잡은 ‘신흥강자’ IBK기업은행까지 폼을 끌어올리며 연패탈출에 성공함으로써 느슨해진 리그에 조금씩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학폭 논란을 빚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왼쪽)와 조송화. ⓒ스포츠코리아

IBK기업은행은 지난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길었던 8연패 사슬을 끊고 41일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김호철 감독 체제하 첫 승리였다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IBK기업은행은 ‘김사니-조송화 사태’로 번진 내홍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조송화의 선수단 이탈로 시작해 서남원 전 감독과 윤재섭 전 단장의 경질까지 이어졌다. 김사니 전 감독대행과 서 전 감독 사이에 불화까지 알려지며 팀 분위기가 바닥을 기었다.

국가대표 3인방(김수지-표승주-김희진)을 중심으로 타 팀에 밀리지 않는 선수단을 구성했지만 순식간에 주전 세터를 잃은 IBK기업은행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경기 외적으로 불거지는 사안들에 기존 선수들 또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김사니 대행이 물러나고 소방수로 김호철 감독이 낙점됐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호철매직’으로 불리는 김호철 감독의 승부수가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 결단이 적중하며 팀 전반적인 공격에 숨통이 트였다. ‘컴퓨터 세터’로 불린 김 감독의 지도 아래 무거운 짐을 진 김하경 세터가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김호철 감독은 그 결실을 지난 흥국생명전에서 거두는 데 성공했다. 표승주가 개인 데뷔 최다 득점인 28득점에 성공했고, 김희진도 22득점으로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레베카 라셈의 대체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가 23득점을 올리며 드디어 제 역할을 해냈다. 길었던 연패를 탈출한 후, 세터 김하경은 뜨거운 눈물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IBK기업은행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5위 흥국생명도 IBK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즌 출발이 매우 험난했다. 김연경의 해외진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과 이탈, 베테랑 센터 김세영의 은퇴로 선수단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대로 1,2라운드를 고전하며 지난 시즌 챔프결정전까지 진출했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3라운드 중반부터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왔다. IBK기업은행전 전까지 7경기에서 4연승 포함 5승 2패를 기록했다. 특히 상위권 팀인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두 번이나 ‘업셋’을 일궈내며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팀의 든든한 기둥인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있다. 공격점유율이 47.7%에 육박할 정도로 팀의 대부분의 공격을 책임지면서 628점을 득점한 캣벨은 득점 부분 선두에 빛난다. 성공률은 34.53%로 다소 떨어지지만 점유율을 고려해본다면 분명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팀의 에이스다.

그리고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2019~2020시즌 이후 출산을 위해 은퇴를 선택한 김해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 복귀했지만, 1,2라운드를 소화하던 중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재활을 거치고 지난 15일 IBK기업은행전에 돌아온 김해란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여러 차례 팀을 위기에서 건졌다. 그 결과 V-리그 최초로 ‘1만디그’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팀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주아-김채연으로 이어지는 젊은 센터라인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정윤주도 팀 공격에 쏠쏠한 활약을 더해주며 일약 흥국생명의 미래로 떠올랐다.

파급력이 컸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나란히 겪은 두 팀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옛말처럼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이전이면 당연히 이기고 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수’였던 두 팀은 이제 예측을 거부하는 ‘변수’가 됐다. 고춧가루 부대가 된 두 팀이 하반기 순위싸움에 돌풍을 몰고 올 준비를 마쳤다.

흥국생명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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