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조선일보 2022. 1. 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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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을 보도한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을 보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관련자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을 MBC가 방송했다. 김건희 씨는 작년 7~12월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이모씨와 7시간 45분 동안 통화했다. 김씨는 “홍준표 후보 까는 게 더 신선하지 않냐”며 “캠프에 오면 1억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게 “정보 있으면 달라. 관리해야 할 유튜브 애들 명단 좀 보내라”고도 했다. 김씨는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는데 (조 전 장관이) 너무 공격을 해서 검찰과 싸움을 했다”라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아내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파일에는 무속(巫俗) 관련 발언, 남편에 대한 평가, 언론에 대한 불만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 불허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후보 아내는 후보가 가기 힘든 곳에서 선거 지원을 하거나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씨는 윤 후보보다 더 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그는 허위 경력 의혹을 받다 뒤늦게야 사과했다.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개 사과’ 사진을 띄운 것도 김씨 주변에서 한 일이란 말이 나왔다. 후보의 아내도 간혹 언론 인터뷰를 하지만 기자와 사적으로 장기간 통화하는 경우는 없다. 대선 후보의 아내가 어떻게 남편이나 선대위도 모르게 외부인과 장기간 이런 통화를 할 수가 있나. 대선 후보의 아내는 공인이다. 그래서 캠프마다 철저히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김씨에 대해선 어떤 관리나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 때도 사과까지 12일이나 걸렸다. 윤 후보가 아내 문제 건드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대위 주변에선 ‘김씨는 언터처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MBC 보도가 나기도 전에 ‘본방 사수’ ‘시청률을 높이자’고 했다. 선관위 허가에도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은 보도해서 안 된다던 민주당이 상대 후보 아내의 사적 발언에 대해선 대선 이슈로 띄우겠다며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코로나 사태 북한 도발 같은 당면 현안이나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국가 전략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의 선거전에선 국가적 이슈가 실종되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이나 가십성 사안을 둘러싼 상호 비방만 보인다.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 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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