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판결과 반대, '北에 줄 돈, 국군 포로 배상엔 못 쓴다'는 법원

조선일보 2022. 1. 1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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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송환에 앞장서는 시민단체 등이 2021년 서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 앞에서 억류 중인 국군포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법원이 13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자금 24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다음날 서울동부지법 판사는 북한과 김정은이 국군 포로 2명에게 줘야 할 손해배상금 4200만원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대신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인 경문협은 북한에 줄 저작권료 20억원을 갖고 있다. 북한과 김씨 일가의 반(反)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금 판결이 한·미 법원에서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당국이 국군 포로 2명에게 2100만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처음 인정한 이정표 같은 판결이었다. 헌법에 따라 북한을 ‘외국’이 아닌 ‘사실상 지방 정부와 유사한 정치 단체’로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에 보관 중인 ‘북한 돈’을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동부지법 판사는 판결문에서 “북한 정부가 저작권료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고 했다. 경문협의 돈은 북한 정권 아닌 북한 주민 개인과 단체 돈이라는 취지다. 전 주민이 노예나 다름없는 북에서 개인이 무슨 저작권료를 챙기나. 북한 선전 도구의 영상·사진 사용료는 결국 김정은 정권과 노동당으로 들어간다는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었다. 이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 소속이라고 한다.

미국 법원은 2018년 북한이 웜비어 유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배상금 충당을 위해 억류된 북한 화물선 강제 매각도 승인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웜비어 유족이 찾아낸 미국 내 북한 자금만 2379만 달러(약 290억)에 이른다. 국군 포로들이 겪은 피해는 웜비어에게 비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탈출한 국군 포로 80여 명 중 생존자는 이제 15명뿐이다. 시간도 없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북한에 줄 돈이 있어도 국군 포로 배상금으로 써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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