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겨울에도… ‘여의도 7배’ 신록이 넘실거리는 이곳

완도/조홍복 기자 2022.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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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지난 9일 한여름처럼 푸르른 전남 완도군 군외면 완도수목원 겨울숲을 탐방객들이 유유히 걷고 있다. 완도수목원은 잎이 사철 푸른 상록활엽수(常綠闊葉樹) 765종이 자생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난대수목원이다. 방문객들은 겨울에도 푸른 숲을 느낄 수 있다. /김영근 기자

지난 11일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완도수목원. 육지와 완도읍을 연결하는 완도대교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이 수목원은 신록으로 넘실거렸다. 잎이 사철 푸른 상록활엽수(常綠闊葉樹)가 빼곡한 국내 유일이자 최대 규모 난대(暖帶)수목원이다. 겨울철 숲은 보통 소나무를 빼면 앙상한 것과 달리 이곳은 신록이 짙고 풍성했다. 전남도가 관리하는 수목원 면적은 2033㏊. 축구장 2464개 크기로 서울 여의도의 7배에 달한다. 동백·붉가시·구실잣밤·후박·완도호랑가시·굴거리나무 등 765종의 난대 수종이 있다. 수목원 내에 있는 상왕산(해발 644m)은 산림의 80%가량이 난대 수목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길

겨울에도 푸른 숲길을 걷다 보면 빨간 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를 만나게 된다. 추위를 이기고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는 빨간 속살을 품고 있었다. 번들번들한 잎이 달린 동백나무는 한겨울이 제철이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 동백꽃은 벌과 나비가 아닌 동박새 같은 새가 ‘꽃가루받이’를 하는 ‘조매화(鳥媒花)’라 겨울에도 꽃이 얼굴을 내민다. 동백꽃은 가장 예쁠 때 꽃봉오리째 바닥에 툭 떨어진다.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30년 전부터 다양한 수종을 수집해 완도수목원 내에 동백나무숲을 조성했다. 170여 종의 동백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민준(53)씨는 “어여쁜 동백을 보려고 대전에서 왔는데 몇 시간 걸려 온 보람이 있다”며 “한여름 숲처럼 싱그러운 붉가시나무 숲을 20여 분 산책하니 막혔던 숨통이 확 트인다”고 말했다.

완도수목원은 최근 코로나 영향에도 주말 하루 평균 300~400명이 찾는다고 한다. 박영근 완도수목원 운영팀장은 “조용한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계절 푸릇한 난대림을 품은 완도는 ‘겨울 산림욕 천국’으로 불리는 고장이다. 난대림은 아열대기후와 온대기후의 경계 지역에 나타나는 산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15%가 난대 지방이다. 완도와 제주도 등이 대표적이다.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 1월 평균 기온이 0도 이상인 데다 일교차가 적고 비도 많이 내린다. 전국 난대림의 35%를 차지하는 남쪽 섬 고장 완도는 ‘늘 푸른 넓은 잎’을 단 나무(상록활엽수)가 자생하는 난대림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아열대 온실 - 완도수목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수목원 내 아열대온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근 기자

◊첫 국립 난대수목원으로 재탄생

개장한 지 30년 된 완도수목원은 국내 56곳 국·공·사립 수목원 중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이곳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립 난대수목원이 조성된다. 기존 공립에서 국립으로 승격되는 셈이다. 완도수목원 2033㏊ 중 핵심 시설과 주요 산책로 및 숲이 집중된 400㏊(여의도의 1.4배)가 이르면 4년 뒤 국립 난대수목원이 된다. 완도수목원은 1년 전 정부의 국립 난대수목원 부지로 선정됐다. 가칭 ‘국립 완도난대수목원’ 조성에 사업비 1900억원을 투입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사업 적정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이르면 2024년 착공, 2026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30년 완전히 개장할 계획이다.

완도수목원이 국립 난대수목원이 되면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관리원이 관리하게 된다. 관리 인원도 현재 50명에서 160명으로 늘어난다. 조성 사업이 본격화하면 기존 건물은 모두 증·개축할 예정이다. 방대한 난대림을 오가는 산악열차도 개설한다. 왕복 4㎞ 길이의 노선 중간에 정차역을 최대 3개 만들어 관광객들이 난대림 곳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열대·아열대 온실을 만들고, ‘난·아열대 연구센터’도 신설한다. 김동현 완도군 산림녹지팀 주무관은 “방문객들이 늘 푸른 난대림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명품 수목원’으로 거듭나도록 관련 시설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완도수목원뿐 아니라 완도군이 사업비 6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약산면 해동리 ‘약산 해안 치유의 숲’도 난대림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 숲 60㏊ 중 20㏊가 동백·구실잣밤·참가시나무 등 난대 수종으로 뒤덮여 있다. 바다를 따라 걷는 3.5㎞ 길이의 탐방로 조성도 최근 마쳤다. 얕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걷는 ‘해수걷기길’ 시설 공사도 거의 마무리됐다. 오는 3월 정식 개장 할 예정이다. 조선 시대 시인 고산 윤선도의 유적이 있는 보길도 격자봉도 명품 난대 숲길로 유명하다.

오득실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장은 “완도수목원은 산림 체험은 물론이고 난대림에 관한 교육도 가능한 곳”이라며 “드넓은 푸른 숲속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했다.

완도=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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