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밖 화산폭발에… 美·日 쓰나미 경보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규모 해저 화산 분화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1만㎞ 떨어진 칠레·페루·미국 등에서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고, 하늘로 치솟은 화산재가 직경 300㎞에 달해 인공위성 사진에 선명하게 찍히는 등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분화는 지난 15일 오후 1시 10분쯤(한국 시각)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훙가 통가 훙가 하파이’ 섬 인근에서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5.8 지진에 맞먹는 위력의 화산 폭발이었다. 폭발음은 800㎞ 떨어진 피지공화국에선 커다란 천둥소리처럼 들렸고, 2300㎞ 거리 뉴질랜드에서도 들렸다. 화산재는 해상 20㎞ 높이까지 치솟았다. 분화 직후 통가 당국은 즉각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호주 기상청은 1.2m 높이 쓰나미가 통가 수도에서 관측됐다고 했다. 이후 쓰나미 경보는 호주·뉴질랜드·미국령 사모아·바누아투·피지 등 인접국과 미국 서부 해안 도시, 남미 칠레, 아시아 일본 등으로 퍼졌다.
일본 기상위성 ‘히마와리’는 오후 3시쯤 화산재와 연기가 직경 300㎞ 넓이로 퍼진 사진을 찍었다. NHK는 “홋카이도(남한 면적)에 필적하는 크기”라고 했다. 지진 전문가 이무라 류스케 가고시마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했다.
통가는 170개 넘는 섬으로 구성된 인구 약 10만명의 섬나라이다. 호주·뉴질랜드·피지와 가깝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해 해저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훙가 통가 훙가 하파이’섬도 원래 ‘훙가 통가’와 ‘훙가 하파이’라는 두 개의 섬이었는데 2014년 12월~2015년 1월 발생한 해저 분화로 하나로 합쳐졌다.
해저 분화는 남·북 태평양 연안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약 7900㎞ 떨어진 일본에선 기상청이 오후 7시쯤 쓰나미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가 16일 새벽 12시 15분 남부 아마미 군도·다카라 열도 섬 지역에 최대 3m, 태평양 연안에 인접한 지역 전역에 최대 1m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경보를 내렸다. 일본은 특히 “지금까지 이런 현상은 확인된 적이 없다”고 당황했다. 쓰나미가 너무 빨리 일본에 도착했고, 바닷물 높이도 통가 주변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은 당초 도쿄에서 1000㎞, 통가에서 7000㎞ 떨어진 오가사와라 제도 해수면이 오후 10시 30분쯤 약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오후 8시 30분쯤부터 해수면 상승이 관측되기 시작했고, 오후 11시 55분 가고시마현 아마미군도 일대에서 최대 1.2m 높이 쓰나미가 관측됐다. 시간당 760㎞ 속도로 일본까지 온 셈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이판 등 통가에서 일본까지 쓰나미가 거쳐 오는 경로에선 0.1~0.3m 파도가 관측된 것과 대조적이어서 ‘미스터리’란 반응도 나왔다. 1만㎞ 떨어진 남미 페루 해안 도시에서도 범람 현상이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약 8700km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3m짜리 파도가 관측됐다. 일본에선 역대급 해저 화산 폭발로 어떤 형태로든 지각변동이 생겼다는 설, 폭발 후 충격파로 기압이 급변해 발생한 파도가 먼 국가에 큰 쓰나미를 일으켰다는 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통가 현지 상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에 따르면 수도 누쿠알로파 지역도 정전·침수 등 영향으로 통신 연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CNN은 누쿠알로파 지역이 낮에도 공중 화산재 때문에 밤처럼 어두워진 영상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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