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부터 구두까지 온통 보랏빛
올 초 주변에 보랏빛이 많아졌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색감에 예민한 사람이다. 매년 색채 표준을 제시하는 미국 기업 ‘팬톤(Pantone)’이 작년 말 제시한 2022년 올해의 컬러가 보라 계열이다. 정확한 이름은 ‘베리 페리(Very Peri)’. 제비꽃 색에 가까운 연보라색이다. 2000년부터 발표한 팬톤 올해의 컬러는 그해 색의 향방을 보여주는 풍향계다.
색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2년 넘게 일상을 갉아먹고 있는 코로나가 컬러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리 프레스먼 팬톤 부사장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호기심이다. 우리는 이를 용기 있는 창의성이라고 부른다”면서 ‘베리 페리’에 담긴 키워드는 창의성과 변화, 미래와 희망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BTS) 팬덤 ‘아미’는 당장 “팬톤도 BTS 사랑을 인증했다”며 환호했다. BTS 멤버 뷔는 몇 해 전 “보라는 무지개 중 마지막 색이다. 마지막까지 사랑하자는 의미”라며 ‘보라해(I Purple You)’라는 말을 만들었다.
빨강과 파랑 중간 어디쯤에 있는 색. 모호하기에 매력적이다. 일본의 색채 심리학자 스에나가 다미오는 “보라는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는 치유의 색”이라고 했다. 보라색으로 풍경을 자주 그리는 화가 이우현은 “보라는 태초의 색이며 인간의 모순을 표현하기에 절묘한 색”이라고 말했다.
최전선에서 컬러를 수용하는 패션업계엔 이미 보라 물결이 거세다. 패션 브랜드 로저 비비에는 대표 제품인 버클 장식 단 로퍼부터 클러치백까지 보라색을 적용한 신상품을 내놓았다. 샤넬은 2022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 연보라색 니트 스커트, 카디건, 미니 벨벳 가방 등을 보였다. 샤넬의 뮤즈인 블랙핑크 제니가 연보라색 트위드 재킷을 입은 잡지 컷도 화제가 되고 있다. ‘슈테크(신발 재테크)’용으로 인기 많은 나이키 덩크 로 라인의 올 신제품 목록에도 보라색 제품 ‘코트 퍼플’이 있다.
식탁 위에도 보라가 일렁인다. 식사 인증샷 공유하기가 하나의 놀이가 된 만큼 리빙에서도 색감이 중요해졌다. 247년간 파란색을 고수해온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보라색으로 된 ‘로얄 퍼플 에디션’을 내놓았다. 덴마크에서 보라색은 왕족의 색깔이다. IT 기업 마이크로소프는 팬톤과 협업해 연보랏빛으로 된 컴퓨터 바탕 화면용 이미지를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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