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빠의 MRI? 아니, MBTI

고선경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2022. 1.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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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MBTI 검사 한번 해 보세요.” “정상이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부녀의 MBTI 관련 대화 내용이다. 딸은 아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유도한 것인데, 아빠는 검사를 해 보지도 않고 ‘정상’이라고 일갈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낸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이 테스트는 사람 성격을 열여섯 유형으로 분류한다. 과학이다, 유사 과학이다, 신빙성이 전혀 없다 등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MBTI에 매혹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확인하고, 그 유형의 특성이 자신의 특성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가늠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MBTI와 더불어 심리 테스트 열풍이 불어온 것도 최근 일이다. 코로나로 여러 제한이 생긴 시국 탓에 사람들과 함께하기보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자신을 정의하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도록 끊임없이 종용하는 세상에서 열여섯 유형 중 한 가지에 속해 있다는 것은 얼마간 안도감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시대, 그리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세대의 맞물림이 MBTI 유행을 선도했을 것이다.

나의 MBTI는 INFP로 ‘열정적 중재자 유형’이다. 설명에 따르면 INFP 유형은 주위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비판에 약하다. 하지만 나는 비판에 강하다. 글 쓰는 것을 취미 이상으로 삼기 위해 타인에게 수많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 과정에서 비판에 면역이 생겼다. 스테레오 타입의 INFP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을 어떤 사람이게끔 만드는 것은 결국 개인의 역사다. 개인의 역사는 개인의 외부와 내부 곳곳에 족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개성 가득한 각자가 각자의 우주를 운용한다. 그 우주는 무한하니 삶의 유형이란 얼마나 무궁무진하단 말인가?

우리가 어떤 유형에 속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개인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신을 끝없이 탐구하는 이유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함이었으면 좋겠다. ‘정상’이라는 범주와 무관하게.

고선경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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