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에 한 층 뚝딱'.. 人災인데도 법적 대응만 급급하다니

2022. 1. 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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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광주 화정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는 겨울철임을 감안하면 양생 기간은 최소 20일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콘트리트 강도가 충분하다면 무너지면서 철근이 끊겨나가야 하지만 생선가시처럼 드러난 것도 타설 강도가 부실하다는 걸 방증한다.

경찰과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불법 하도급·부실 시공을 막을 안전대책을 촘촘히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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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광주 화정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개된 작업일지에 따르면 35층부터 38층 천장(PIT층 바닥)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됐다. 35층은 7일 만에, 36층은 불과 6일 만에 타설 공정을 마쳤다.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는 겨울철임을 감안하면 양생 기간은 최소 20일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이번 붕괴 참사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속도전 공사’를 강행하다가 건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콘트리트 강도가 충분하다면 무너지면서 철근이 끊겨나가야 하지만 생선가시처럼 드러난 것도 타설 강도가 부실하다는 걸 방증한다. 사고가 나기 1년여 전 바로 옆 1단지 공사현장에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타설 공정을 진행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현산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붕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철거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현산과의 시공사 계약 해지 절차에 돌입했고, 서울 강남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과 광주 계림2구역 재개발조합 등에서도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현산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실종자 수색작업과 원인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법률 자문과 형사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을 선임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실종자 가족과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6월 철거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참사 때도 현산의 형사 대응을 담당했다. 브랜드 인지도 추락을 막고 이미지 쇄신을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기업의 사회적 윤리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현산은 광주시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사업장 안전시스템을 평가하는 국가공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도 취소됐다. 경찰과 정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불법 하도급·부실 시공을 막을 안전대책을 촘촘히 짜야 한다. 이에 앞서 정몽규 HDC 회장 등 경영진은 진솔하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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