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한방 없었다" 일단 안도..긴장 속 여론 주시
'미투 비하성' 발언에 우려도..홍준표, 공개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류미나 이슬기 기자 =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16일 MBC 보도를 통해 육성으로 공개되고 국민의힘에서는 사뭇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선거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당 지도부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막상 내용이 공개되고 보니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분위기다.
후보자 배우자의 정제되지 않은 사적 대화가 그대로 공개됐다는 점 등에서 일반 여론의 향배를 당장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윤 후보에게 '정치적 치명타'가 될 만한 내용은 없다는 평가가 당 내부에서 나왔다.
보도에 앞서 당내에서는 '배우자 리스크'로 윤 후보 지지율이 영향을 받으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권교체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원내지도부 주도하에 MBC 사옥을 항의 방문하고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바 있다.
윤 후보는 최근 며칠간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을 아꼈지만, 이 날 오후 그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귀가하는 등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했다고 복수의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그러나 막상 보도 이후 당내에서는 "허위 경보였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원들도 대부분 '별거 없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당내 의원들 간 단체 SNS 대화방에서는 "타격감 제로" 등의 촌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MBC '스트레이트'가 국민의힘의 선전부서로 바뀐 거 아닌가"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왔다.
오히려 '쥴리 의혹' 등과 관련해 직접 해명할 기회가 됐다며 이를 계기로 신상 논란을 털고 국면을 전환할 수 있겠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당 안팎의 기류에 기대어 김 씨가 머지않아 공개 활동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초선 의원은 "애초에 후보 측에서 김 씨 등판을 주저했던 이유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국모'(國母)로서의 이미지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컸던 것 아니냐"면서 "정치권 밖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이날 보도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 인사들조차 "안희정 전 지사 이야기 빼고는…"이라는 단서를 달며 말끝을 흐렸다.
이와 관련 홍준표 의원은 SNS에서 "돈을 주니 보수들은 미투가 없다는 말도 충격일 뿐만 아니라 미투없는 세상은 삭막하다는 말도 충격"이라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씨가 경선 과정에서 서울의 소리 측을 상대로 홍 의원에 대한 비판성 방송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소식이 전해지자 홍 의원은 "참 대단한 여장부입니다"라며 김 씨를 직격했다.
하지만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당장 표심에 영향을 미칠 만큼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내용은 없었고, 신상 문제는 오히려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다"며 "이제는 공영방송의 편파방송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시간"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이양수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통화 내용이 '불법 녹취'된 사적 대화였다는 점을 거듭 부각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보도"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준석 대표 또한 SNS를 통해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엄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금와서 궁금한데 민주당은 왜 본방사수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 건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의 이런 대외적인 '강경 대응' 기조와 별개로 김건희의 육성 공개에 따른 이미지 타격이나, MBC의 다음주 추가 방송, 서울의소리 등 일부 매체의 후속 보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설 전까지 여파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특히 당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보수는 돈 줘서 미투 안 터진다' 등 발언에는 김 씨가 별도의 사과나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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