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민낯 드러낸 '제로코로나' 정책

이귀전 입력 2022. 1. 1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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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발생 땐 건물과 도시 폐쇄
자국백신만 강조.. 변이 대응 못해
2월 동계올림픽도 강력 방역 계획
개인 희생 담보·인권 외면 등 우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의 핵심은 봉쇄와 백신 접종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전체와 돌아다닌 건물은 즉각 폐쇄된다. 주기적으로 핵산검사를 진행해 2∼3주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야 폐쇄가 해제된다. QR코드 스캔으로 출입을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젠캉바오(헬스키트)’를 통해 확진자가 다녀간 건물을 방문한 이들은 기록이 남는다. 이들은 핵산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폐쇄조치 시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은 핵산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건물에 머물러야만 한다.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 음성이 나와도 집에 돌아가 격리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학교가 폐쇄됐다. 초등학생들은 다음 날 오전 5시 핵산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후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같은 달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관람객 3만4000여명이 핵산검사 음성 결과를 받은 오후 11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확산이 심해지면 도시 자체를 봉쇄한다. 코로나19 발생 초 후베이성 우한을 전면 봉쇄한 바 있다. 이후 ‘칭링(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확산을 막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2일 인구 1300만명의 산시성 시안을 전면 봉쇄했고, 지난 4일에는 허난성 위저우(인구 110만명), 지난 11일부터는 허난성 안양(550만명)을 각각 봉쇄했다. 하루 확진자가 불과 수십명에 불과하지만 외출이 금지됐고, 외부로 오가는 교통편이 막혔다.

봉쇄조치 후 시안에서는 음성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산모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유산을 하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남성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랐다. 건물 폐쇄는 불편함을 감내하는 정도였지만, 도시가 봉쇄되면서 개인의 목숨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회와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개인의 권리와 최소한의 존엄이 보호받지 못하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쑨춘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가슴이 아프고 송구하다”고 밝혔지만, 지도부의 책임은 없었다. 오히려 환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병원을 영업정지시키는 대책을 내놨다. 여론이 좋지 않자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중국의 하향식 통치 방식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중국이 강력한 봉쇄를 통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외국 백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국 개발 백신만으로 접종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최근 접종률이 85.6에 도달하자 “이론적으로 일정 수준의 집단면역력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자국 백신만 강조하다보니 새로운 변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톈진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 8일 첫 발병한 이후 허난성 안양, 랴오닝성 다롄, 광둥성 주하이, 중산 등에 이어 수도 베이징까지 퍼졌다. 중국 최고 권위자가 ‘집단면역’ 얘기를 꺼냈지만, 오미크론 앞에 중국 백신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톈진의 오미크론 확진자 107명 중 3차 접종을 마친 32명 등 103명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었다.

백신이 버티지 못한다면 중국의 봉쇄조치는 지금보다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계올림픽 개막(2월 4일)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시 주석 3연임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국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만 한다. 성공한 올림픽의 조건은 방역이다. 외국 선수단 등이 입국하는 상황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해야만 가능하다.

중국은 올림픽 차량이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차량은 관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릴 정도로 올림픽에서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 계획이다. 자칫 올림픽에서 방역에 밀려 인권 등이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이뤄낸 방역은 결코 박수를 받을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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