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칼럼] 결혼 통계에 나타난 상식의 반전

입력 2022. 1. 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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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기법 정교화.. 새 변화 감지
고스펙 여성, 결혼 의향·비율 높아
젊은층, 낭만 결혼보다 '실용' 중시
고용·주거 안정정책 저출산 막아

“결혼에는 남편의 결혼(his marriage) 부인의 결혼(her marriage), 두 가지 현실이 있다.” 미국 사회학자 제시 버나드가 1972년 자신의 역작 ‘가족의 미래’를 통해 밝혔던 이 주장은 지금은 상식(常識)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기대 이상의 획기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수의 여성들이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정작 결혼생활 속에서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우울한 현실을 발견한 버나드는, 이를 일컬어 “행복한 결혼의 역설(paradox)”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결혼생활이 시작되면서 눈에 씌었던 콩깍지가 벗겨짐에 따라, 결혼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1970년대 이후 이혼율이 급격히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 것도 결혼생활 만족도 하락을 입증해주는 실례로 인용되곤 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한데 2010∼2019년간 결혼 만족도를 주제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150여 편을 개관한 결과, 결혼을 둘러싼 통념 및 상식에 일부 반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 반전은 통계 분석 기법의 정교화에 힘입어 밝혀낸 바, 부부의 만족도는 결혼생활 내내 하락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 결혼생활 만족도가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인 이유는, 횡단적(cross-sectional) 분석을 할 경우 조사 시점에서 심각한 불만족을 경험했던 소수의 커플이 과도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입증되었다. 대신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시적(longitudinal) 분석을 시도한 결과, 결혼 초부터 불만족도가 높았던 부부 대부분은 결혼 후 평균 4년 이내에 이혼했고,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부부는 만족도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혼율 통계 분석도 보다 정교해지면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970∼80년대 치솟던 이혼율이 2000년대 들어 감소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단 이혼율 추이를 계층별로 나누어 보면 중류 및 중상류층 커플의 이혼율은 꾸준히 하락 중임이 밝혀졌다. 이혼율 재상승을 주도한 것은 하류층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혼외출산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데이터를 곱씹어보는 이유가 있다. 올해도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현안 중 하나는 저출산이 분명할진대, 저출산의 주원인이 바로 결혼율 하락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저출산 정책을 뒷받침할 결혼 관련 통계의 희소함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와중에 지난해 말, 여성가족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2008∼2020년 기간 중 미혼여성의 결혼 의향 변화를 분석한 꽤 흥미로운 자료를 접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긍정적 결혼 의향을 지닌 여성일수록 실제 결혼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는 점, 미혼여성의 결혼 의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부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점 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반면 여성의 교육 수준과 직업이 결혼 의향 및 실제 결혼에 미치는 영향이 반대로 나타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곧 대졸 이상 여성은 결혼 의향도 부정적이고 실제 결혼 확률도 낮았지만, 전문직·관리직 여성은 다른 집단에 비해 결혼 의향도 높았고 실제 결혼율도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이 결과를 보자니, 2017년 발표 즉시 파문을 일으켰던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가 떠오른다. 고스펙 여성일수록 눈이 높아 결혼을 기피함으로써 저출산의 불씨를 제공하니, 여성의 고스펙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던 그 보고서 말이다. 미국에서 하류층 부부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부부관계의 질을 높여 치솟는 이혼율을 낮추고자 했던 시도는 3∼4년 후 그 효과가 전무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하니, 이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사랑을 앞세운 낭만적 결혼보다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끼리끼리 결혼’ 및 맞벌이가 결혼시장의 상식인 만큼, 청년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 안정성 확보, 그리고 주거 불안정 해소야말로 결혼율과 출산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이자 최적의 해결책임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지.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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