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보수는 돈 챙겨줘 '미투' 안 터져.. 캠프 오면 1억" 7시간 통화 공개
"남편 대통령 되면 득 볼 것" "안희정 불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유튜브채널 기자에게 "미투(Me Too·성폭력의 사회적 고발)가 터지는 것은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이라고 한 발언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김씨는 해당 기자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득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당선될 경우 특혜를 암시하는 발언도 건넸다. 김씨의 발언들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데다 윤 후보의 정치 활동에 깊이 관여하는 듯한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씨는 이를 의식한 듯 "부적절한 발언"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명했다.
"보수는 챙겨주는 게 확실... 미투 안 터져"
16일 MBC '스트레이트'는 김씨와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모 기자 간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은 윤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후인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에 걸쳐 7시간 45분 정도 통화하면서 녹음된 것이다.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등을 거론하며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다.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다", "그래서 보수는 미투가 별로 안 터진다",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 되겠지 그러니 이해는 간다" 등 미투 행위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선 "불쌍하더라"며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 전 지사 편"이라고 했다.
캠프 영입 제안에... "잘하면 1억 줄 수 있어"
김씨는 이씨에게 수차례 캠프 영입을 제안했으며 지난해 8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불러 대선 관련 강의를 맡긴 뒤 105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김씨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득을 보지"라고 했고, 다른 통화에선 "함께 일하면 얼마를 주느냐"는 이씨의 질문에는 "하는 만큼 줘야지. 잘하면 뭐 1억 원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의 적은 민주당... 여권서 띄워"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밀어붙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선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너무 많이 (검찰을) 공격했지"라며 "그래서 검찰하고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싸움이 된 것"이라고 했다. 또 "빨리 수사를 끝내야 한다는데 유튜브나 유시민(전 장관) 이런 데서 계속 자기 존재감 높이려 했다"며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부각된 과정에 대해선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거지. 보수가 키워줬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측도 보수"라며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 문재인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윤 후보와 경쟁하거나 갈등했던 야당 정치인을 품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씨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좀 하라"며 "홍준표 까는 게 더 슈퍼챗(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후원금)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이견 끝에 선대위에 합류한 것에 대해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며 "본인이 오고 싶어 했다"고 했다.
본인에 대한 각종 의혹에는 적극 해명했다. 이른바 '쥴리 의혹'에 대해선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그럴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고 도사들과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취재윤리 위반" 지적도
다만 이날 공개된 김씨의 통화를 두고 이씨의 취재윤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씨와 김씨가 서로 "누님" "동생"이란 호칭으로 걱정하거나 조언하는 사이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였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이씨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통화를 몰래 녹음한 뒤 MBC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이날 대화 내용과 관련해 MBC를 통해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미투 발언에 대해서도 "성을 착취한 일부 진보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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