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 공백 1년.. 적임자 없어서? 자원자 없어서?
"韓 반미감정 강해 외교관들 기피하는 듯"
일각선 "3월 대선 이후에나 지명될 수도"
오는 20일이면 주한 미국대사 공백 1년이 된다.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20일 미국 정권교체에 맞춰 한국을 떠난 뒤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벌써 1년가량 대사직이 빈자리로 남아 있다. 이를 두고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의견과 ‘주한대사를 희망하는 자원자가 없어서’라는 시선이 엇갈린다. 작년에는 “주한 미국대사 임명이 해를 넘길 것”이란 얘기에 무게가 실리더니 정작 해가 바뀌니까 이제는 “한국 대선이 끝나야 대사 인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임명 지연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전반적으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크게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다. 적임자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스티븐스 전 대사는 “역내의 지정학적 문맥을 잘 이해한 훈련된 외교관이자,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해리스 전 대사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한국에 보낼 대사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후보군)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결국 (미국 정부)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미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핵심적이고 전략적인 동맹국에 대해 아직 대사 지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고도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스티븐스 전 대사의 답변과는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스티븐스 전 대사의 말은 미국 정부가 주한 대사 적임자를 물색 중인데 아직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해리스 전 대사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주한 대사로 적합한 인물들을 상대로 “한국에 부임해 대사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뒤집어 말하면 ‘주한 대사 적임자는 분명히 있을 텐데 아무도 선뜻 나서려 들지 않고, 후보군을 설득해야 하는 미 정부의 노력도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 들어 임명된 해리스 전 대사도 2019년 10월 반미 대학생들이 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 담을 넘어 무단으로 침입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현장에서 연행된 대학생들은 이후 재판을 거쳐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 미국 외교관들한테 한국은 솔직히 ‘안전한’ 나라는 아닌 셈이다.
더욱이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계 미국인이란 점, 또 콧수염을 길렀다는 점 때문에 일부 한국인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진보를 표방한 시민단체는 해리스 전 대사의 콧수염을 하나씩 뽑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전 대사는 바로 이 일을 떠올리며 “한국의 최대 안보 동맹인 국가의 대사에 대해 불필요한 일”이라며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3월 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대사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사이에서 균형있는 외교 쪽에 무게를 두는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한·미동맹의 전방위적 강화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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