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혁신' 뒤에선 '쪼개기·먹튀' 카카오

손병산 2022. 1. 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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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엽 ▶

한 가지 소식 더 준비했죠?

'스트레이트'는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손병산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손병산 ▶

안녕하세요.

◀ 허일후 ▶

요즘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가 안 좋죠? 이제 더 이상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는데, 요즘은 들리지 않더라고요.

◀ 손병산 ▶

네, 그 배경에는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이 한국 증시에서 느낀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먼저 '쪼개기 상장'에 이은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카카오' 그룹의 상황을 보시겠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시작해 이제는 1백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 그룹'의 총수가 된 김범수 의장.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3번이나 불려 나왔습니다.

'카카오마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게임, 금융 서비스, 택시, 대리운전, 배달, 미용실 예약까지 안 하는 게 없습니다.

결국 카카오는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3천억 원 규모 상생기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김범수/카카오 의장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2021년 10월 5일)] "골목상권은 저희는 절대로 침해하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거고요.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골목상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먹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간편결제서비스를 하는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대표가 있었습니다.

[류영준/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개발한 류영준입니다. 지금은 국내 최초 간편 결제를 개발한 카카오페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2017년 카카오에서 자회사로 분할된 카카오페이는 3년 만에 매출은 26배, 거래액은 17배 뛰며 급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1월 이른바 '국민주'를 표방하며 주식시장에 상장됐습니다.

[류영준/카카오페이 대표] "저희는 많은 분이 앞으로도 카카오페이와 함께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시는 모든 사용자가 자산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원하시면 똑같이 공모주를 받으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주가는 공모가 9만원의 2배가 넘는 20만원 선에 안착했습니다.

그런데 상장 한달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류영준 대표가 스톡옵션으로 보유한 카카오페이 주식 23만 주를 한꺼번에 처분합니다.

류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1주당 5천 원.

이렇게 5천원에 사들인 주식을 20만 4천원에 팔았습니다.

한 주당 19만 9천원의 이득, 시세 차익이 457억원에 달했습니다.

나호열 부사장 등 카카오페이의 다른 경영진 7명도 류 대표와 마찬가지로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이것까지 더하면 차익은 878억 원에 달합니다.

물론 스톡옵션 처분이 제도나 법적인 절차를 어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영진의 동시 매도에 카카오페이 주가는 30% 가까이 고꾸라졌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내부 정보에 밝은 경영진이 상장 한 달밖에 안돼 주식을 대거 처분한 건 카카오페이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습니다.

[심혜섭/변호사] "(경영진이) '어느 정도 주식 가격 올라오면 팔 거다'라고 했으면 과연 주주들이 그렇게 청약을 높은 가격에 했을까요? 그리고 또 높은 가격에 사줬을까요?"

투자자들과 카카오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류영준 대표에 이어 카카오페이 대표가 될 예정인 신원근 부사장은 남은 지분 5만 주에 대해 "2년 임기 동안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룹의 본사 격인 카카오의 대표로 영전하게 된 류영준 대표는 오히려 남은 주식도 상반기에 모두 팔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매각한 것보다 2배 더 많은 48만 주에 이르는 물량.

모회사인 카카오의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자회사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 보유하면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서승욱/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 "매도를 한 경영진 8인은 모두가 다 이해상충에 걸리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만약 이해상충 문제가 걸린다고 하더라도 진짜 개인이 직접 매도해서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 사실 논의도 없었고요."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했던 경영진에 대한 상실감은 컸습니다.

카카오 직원 1천9백여 명이 류 대표 사퇴 촉구에 동참했습니다.

[서승욱/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 "카카오페이 상장은 카카오페이 구성원들의 피와 땀, 그리고 다수의 투자자들이 같이 이루어낸 결과인데. 어떻게 보면 결실은 경영진들에게만 집중된 상황이거든요."

류영준 대표는 결국 지난 월요일 '자진 사퇴'를 결정했고, 카카오는 전 계열사 임원의 주식 매도를 상장 후 1년에서 2년까지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 즉각 시행했습니다.

골목상권 침해문제와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은 사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카카오의 사업 확장 전략에서 비롯된 겁니다.

카카오페이에 앞서 상장된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그리고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등 핵심 자회사.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 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자회사로 분리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물적 분할'이 카카오가 덩치를 키워온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김우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계열사 형태로 있는 비상장회사들이 각각 따로 IPO(주식시장 상장)를 하든지 자금 조달을 하면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에 대한 지분율은 희석되지 않으면서 나머지 사업에 대한 영향력도 다 행사할 수 있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그래서 카카오가 지금 하는 것은 사실은 나머지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들이랑 굉장히 유사한 형태의 구조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임원들은 이른바 '대박'을 맞았습니다.

카카오뱅크에선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가 상장 보름 만에 11만7천 주를 매각해 30억 원 넘는 차액을 챙긴 바 있습니다.

[최남곤/유안타증권 연구원] "회사를 본인이 약속한 그대로 성장을 시키면서 (경영)해야 될 의무가 있는데 그런데 그걸 IPO(주식시장 상장)를 하자마자 그 계약과 의무를 저버리고 카카오 대표로 가고. 그러면서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거는 주식시장을 결국은 '엑시트(이익 실현)'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밖에 아닌 것 같은 거죠."

카카오의 이같은 행보는 플랫폼 최대 라이벌 '네이버'와 대조적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웹툰, 스노우 등 국내외에서 성공을 거둔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네이버 하나 뿐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333331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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