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 삼부자의 신바람에..팬들도 '허·허·허'

대구 | 황민국 기자 2022. 1. 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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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년 만의 올스타전

[경향신문]

“아빠는 누구 편이야?” 허웅(왼쪽)과 허훈(오른쪽)이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아버지 허재 특별심판을 두고 점프볼을 하기 전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대구 |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팬 투표 1·2위인 허웅·허훈
두 팀 주장 맡아 직접 선수 구성해 맞서
일대일 대결·댄스 등 팬서비스
허재 전 감독은 스페셜 심판 등장

프로농구 별들의 잔치에선 팬들의 신바람이 쉽게 눈으로 확인됐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팬들이 길게 줄을 섰다.

허웅(29·DB)과 허훈(27·KT)의 ‘형제대결’이라는 올스타전 콘셉트가 빚어낸 마법이다. 코로나19로 1년을 쉰 올스타전은 2년 전 이 무대에서도 두 선수의 대결이 주요 카드였지만, 각각 팀의 주장을 맡는다는 것은 또 달랐다. 팬 투표 역대 1위(16만3850표)인 형 허웅과 2위 동생 허훈(13만2표)이 직접 선수를 구성해 맞선다는 그림에 팬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올스타전 티켓은 예매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3300석이 모두 매진됐고, 이날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주장을 맡은 두 형제도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보답했다. 올스타전의 시작을 알리는 등장쇼부터 범상치 않았다. 허웅이 프로농구를 후원하는 음료회사의 수건을 뒤집어쓰며 상큼함을 과시했다면, 허훈은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로 변신해 웃음을 자아냈다.

형제의 승부를 아버지인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이 가린다는 사실도 흥미를 더했다. 코트를 떠나 방송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 전 감독은 이날 스페셜 심판으로 등장했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없다는 듯 허훈의 트레블링을 선언한 뒤 허웅의 반칙도 잡아냈다. 허 전 감독이 1쿼터 4분18초 만에 교체를 요청해 코트를 떠날 때까지 잡아낸 반칙 3개는 모두 두 형제가 저지른 것이었을 정도로 허씨 삼부자의 만남은 강렬했다.

형제 대결은 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2쿼터 초반에는 아예 이들 형제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의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허웅이 허훈을 상대로 일대일 플레이를 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처음 허웅이 룰을 무시해 중단됐지만, “모두가 보지 않은 것처럼 다시 하자”는 장내 아나운서의 요청 아래 재개된 플레이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올스타전의 또 다른 볼거리인 3점슛 콘테스트에선 아쉽게도 형제 대결이 불발됐다. 허웅이 예선에서 최다인 17개의 3점슛을 꽂아 결승에 오른 것과 달리 허훈이 8개에 그친 탓이다. 그러나 결승에선 허웅도 12개에 그친 사이 이관희(LG)가 19개를 넣어 3점슛 왕이 됐다. 덩크슛 콘테스트에선 신인으로 올스타로 뽑힌 하윤기(KT)가 덩크슛왕에도 선정돼 겹경사를 누렸다. 영화 <헐크>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그의 원핸드 덩크슛과 윈드밀 덩크슛 그리고 동료의 도움을 받아 투핸드로 림을 흔드는 플레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불발됐던 형제들의 번외 대결은 4쿼터 시작을 앞두고 나왔다. 허웅과 허훈이 각각 동료들과 꾸민 댄스 대결로 먼저 판을 깔더니 마지막에는 올스타 전원이 함께 <스트릿우먼파이터>를 흉내낸 ‘스트릿크블파이터’로 올스타전을 빛냈다. 허웅팀이 120-117로 승리한 가운데 21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자랑한 허웅은 최우수선수(MVP)로까지 선정돼 최고의 별이 됐다. 허웅은 “2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간다. 한국 농구가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18일 안양 KGC와 창원 LG의 맞대결로 재개된다.

대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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