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가 얼어붙은 모습 봤다"..부실시공 정황 진술 확보

광주=이형주 기자 입력 2022. 1. 16. 21:54 수정 2022. 1. 1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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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근로자들로부터 “콘크리트가 얼어붙은 모습을 봤다”는 등 부실 시공 정황을 가리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층에 콘크리트 지지대(동바리)를 충분히 설치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으며, 일부 층 콘크리트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기간이 최소 5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된 작업일지도 공개됐다.
● 동바리(지지대) 미설치, 양생 불량 집중 조사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최근 화정아이파크 붕괴 직전까지 37층에서 설비공사를 했던 근로자 A 씨 등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A 씨 등은 조사에서 “설비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콘크리트 균열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놀라 서둘러 대피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무량판 구조’로 짓던 화정아이파크 내부에 이른바 ‘동바리’라고 부르는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수평 기둥인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는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할 때 아래 5, 6층 정도는 지지대를 촘촘하게 설치해야 안전하다”며 “지지대 미설치는 연쇄붕괴 원인을 밝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콘크리트 양생 불량 가능성도 집중 조사 중이다.

일부 근로자들은 경찰에 “지난달 다른 동을 공사하던 중 콘크리트가 얼어붙은 ‘동해(凍害)’ 현상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실이라면 겨울철에 충분한 보온 조치없이 공사를 밀어붙인 것이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동해 현상은)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며 “콘크리트가 정말 얼어붙었었다면 철근이 제대로 붙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적으로 적절한 양생 기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와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공개한 201동 타설 일지에 따르면 30층 바닥의 경우 5일, 25층과 27층 바닥은 6일 만에 타설된 것으로 밝혀졌다. 37층과 38층 바닥은 각각 7일과 6일 만에 타설됐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고 초기 “201동 타설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조 교수는 “겨울철 영상 5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양생을 12~18일 정도는 해야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를 진행할 때는 매층마다 콘크리트 타설 후 테스트를 통해서 압축 강도를 확인한 후 다음 층을 올린다”며 “타설과 양생까지 걸린 시간보다는 작업 후 강도를 확인하는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 203동에서도 비슷한 사고

이번 사고와 비슷한 붕괴 사고가 다른 동에서 발생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화정아이파크 203동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바닥이 일부 주저 않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도 당시 현장엔 지지대가 설치돼 있어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부실 시공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철골업체와 타설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추궁했지만 이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공사했다”는 주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콘크리트 품질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각 층별 샘플을 채취해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편법적인 재하도급 형태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향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하도급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하도급을 다시 주는 과정이 정상적이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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