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7시간 통화녹음'..김건희 "미투는 돈 안 챙겨 주니 터지는 것"

유정인·문광호 기자 2022. 1. 16. 21: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코바나컨텐츠 대표)가 “‘미투(Me too)’가 터지는 것이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깐 터지는 것”이라고 말한 통화 녹음 파일이 16일 공개됐다. 성폭력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두고는 “불쌍하다.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에 왜곡된 시각을 드러낸 발언이다. 김씨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라며 “송구하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통화 녹음 파일에서 미투를 두고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그런 일이 없다.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파일은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기자 이모씨가 김씨와 지난해 7월 6일부터 12월까지 52차례에 걸쳐 7시간45분 가량을 통화하면서 녹음한 것이다. 미투 관련 발언은 지난 11월 15일 통화에서 나왔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MBC에 전체 녹음 파일을 제공했다.

김씨는 11월 15일 통화에서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펴야 되겠지 그러니까 이해는 다 간다. 나는 다 진짜 이해한다”면서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돈을 안 주고 하면) 안된다. 나중에 화 당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미투를 두고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그거를 터뜨리며 잡자 했는데 뭐하러 잡자고 하나. 사람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하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두고는 “조국 수사를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너무 많이 (검찰을) 공격했지”라며 “그래서 검찰하고 이렇게 싸움이 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데 계속 키워서 유튜브나 유시민 이런 데서 계속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키워가지고,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과정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거지 보수가 키워줬겠나”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탄핵한 정치집단으로는 보수 진영을 꼽았다. 그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라며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 문재인(대통령)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보수가 탄핵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대선 행보에 적극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에겐 수 차례 캠프 영입을 제안하고, 지난해 8월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불러 대선 행보 관련 강의를 맡기곤 105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이씨가 오면) 하는 만큼 줘야지. 잘하면 뭐 1억원도 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이 성사된 것을 두고는 “본인이 오고 싶어했다”면서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 온 거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 토크콘서트 일정에 간다는 이씨의 말에 “날카로운 질문을 해봐라”면서 “홍준표 까는게 슈퍼챗(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후원금)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해당 프로그램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미투 관련 언급을 두고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인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의 정치행보에 관여하지 않았고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범죄 행위’, MBC의 방송 예고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반발해왔다. 방송에 앞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14일 “(해당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일부 발언을 제외하고 보도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보도가 금지된 내용은 김씨가 수사를 받는 사건, 자신에게 부정적 언론사나 사람들에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것, 일상적인 지인과의 대화 등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방송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현안에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면서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 “탄핵을 주도한 보수들은 바보라는 말도 충격이고 돈을 주니 보수들은 미투가 없다는 말도 충격”이라면서 “곧 나올 (통화녹음) 전문을 보면 경선때 총괄 지휘한 내용이 더 자세하게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녹음)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제가 언급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방송을 앞둔 이날 강원 속초 일정 중 기자들이 김씨 관련 방송에 대한 입장을 묻자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문광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