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탈원전 때문?..원전 발전량 비중 되레 커졌다

박상영 기자 2022. 1. 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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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작년 전력거래량 중 원전 비중, 문재인 정부 첫해보다 0.9%P ↑
전문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값 급등이 전기료 압박의 근본 요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졸속 탈원전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한 데 대해 전기료 인상의 근본 요인은 탈원전이 아닌 원자재 가격 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되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전력거래량(53만7014GWh) 중 원전 비중은 28.0%(15만441GWh)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당시 27.1%(14만1278GWh)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원전 비중은 2018년 23.7%로 낮아진 뒤 해마다 늘어 2020년에는 29.6%까지 증가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탈원전은 새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현재 정비 중인 것을 제외한 모든 원전을 가동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 발전량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전체 전력에서 약 65%를 차지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전소로부터 매입하는 단가인 전력도매가격은 142.81원/kWh로 2014년 12월(144.10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75.67원/kWh)에 비해서는 112.7%나 상승했다. 연료원별로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상승률이 117.6%로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이어 석탄(65.9%), 유류(60.0%) 순으로 상승했다. 최근 저탄소 정책 기조로 2017년 22.6%였던 LNG 비중이 지난해 30.4%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상승세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력도매가격은 일반적으로 국제유가에 6개월가량 후행하는 만큼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전체 예산에서 전력구입비가 약 80%를 차지함에 따라 적자 폭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4월, 10월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고, 윤 후보는 지난 13일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만약 전기요금이 동결되면 한전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쳐 가격 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연료비가 저렴한 원자력, 석탄 발전을 먼저 가동하고 마지막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에서 전력을 조달한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 LNG 비중이 줄어들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원전·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도 “태양광 등은 보조금 지급 등으로 LNG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클 수 있지만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력거래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8%였다.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중장기 전기요금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보면 한국은 2030년까지 발전부문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높여야 한다. 결국 석탄은 줄이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2017년 전력거래량에서 44.0%였던 석탄 비중은 미세먼지 감축 조치 등으로 지난해 35.2%까지 줄었지만 전력시장에서 여전히 거래량이 가장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전기요금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생에너지와 전력설비 인프라 투자 비용을 반영한 중장기 전기요금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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