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없이 계란 흰자를?! 만들 수 있다, 곰팡이로

이정호 기자 2022. 1. 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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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핀란드 연구진 개발
닭에서 얻을 때보다
온실가스 최대 55% 줄어

곰팡이로 만든 계란 흰자에서 거품을 낸 모습. 핀란드 VTT 기술연구센터 제공

식품 산업에서 꼭 필요한 재료인 계란 흰자를 닭이 아니라 생명공학적으로 변형한 곰팡이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닭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대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핀란드 헬싱키대와 VTT 기술연구센터 소속 연구진은 지난 7일 발간된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 최신호를 통해 계란 흰자 성분을 닭 없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계란 흰자는 품질 높은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 식품업계에선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식재료다. 특히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계란 흰자를 생산하려면 필수적으로 닭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닭은 생육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사료를 만드는 공정과 배설물에서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이 다량으로 생긴다는 뜻이다. 게다가 닭은 좁은 장소에서 공장식으로 키우는 일이 많다. 동물 윤리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위생적인 측면에서 약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이 제시한 해결책은 닭 없이 계란 흰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트리코데르마 리세이’라는 곰팡이를 생명공학적으로 변형해 계란 흰자 단백질의 54%를 차지하는 핵심 성분인 ‘오브알부민’을 생산했다. 닭이 아니라 곰팡이를 이용해 계란 흰자를 만들어내는 ‘신종 양계장’을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계란 흰자를 이렇게 생산하는 방식이 기후변화 가속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 분석을 보면 닭이 아닌 곰팡이에서 계란 흰자를 만들어내면 온실가스 발생량이 31~55% 줄었다.

연구진에 속한 나타샤 제르비외 헬싱키대 박사는 대학 공식 발표를 통해 “저탄소 에너지를 기초로 곰팡이를 키웠을 때에는 온실가스 발생이 최대 72%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화석연료가 아닌 풍력이나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해 곰팡이에서 흰자를 만든다면 온실가스 발생량이 더욱 많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고안한 방식으로 만든 흰자는 진짜 계란에서 뽑아낸 흰자와 특징이 다르지 않았다. 큰 그릇에 넣고 빠르게 휘저었을 때 거품이 일어나는 흰자 고유의 성질에서 별 차이점이 없었던 것이다. 음식을 하기에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로 만든 계란 흰자 성분의 오브알부민을 농축하고 건조해 식품 원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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