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알카에다 석방하라" 미 유대교 예배당서 인질극
[경향신문]
랍비 등 4명 붙잡고 대치
FBI 구출 중 용의자 사망
미국 텍사스주의 한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에서 15일(현지시간) 괴한이 ‘레이디 알카에다’로 알려진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하며 랍비 등 4명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했다. 범인은 사망했고 인질들은 12시간 만에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성이 이날 텍사스주 포트워스 북동쪽 콜리빌의 유대교 예배당에 들어가 랍비 1명을 포함한 4명을 인질로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인질범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를 기도한 혐의로 중형을 받고 복역 중인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극이 시작될 당시 예배당에서는 대면 예배가 진행 중이었으며 이 장면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온라인 예배에 참석 중이던 신도 빅토리아 프랜시스는 “범인이 ‘나는 폭탄을 갖고 있다. 당신들이 실수를 한다면 모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웃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인질극이 벌어지면서 페이스북 생중계는 중단됐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해당 동영상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상태다.
인질범은 6시간 만에 붙잡고 있던 인질 1명을 풀어줬고, 이후 나머지 3명을 모두 풀어줬다. 콜리빌시 경찰서장은 “FBI 인질 구출팀이 남은 인질 3명을 구출하기 위해 시나고그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는 사망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던 일부 신도들은 인질범이 시디키를 여동생이라고 불렀다고 전했지만, 텍사스주 미·이슬람 관계 위원회는 시디키의 오빠 모하마드 시디키가 이번 사태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범인이 석방을 요구한 시디키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과학자다. 시디키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독극물인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과 테러 계획을 담은 문건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시디키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2001년 일으킨 9·11 테러가 이스라엘의 음모에 따른 자작극이라고 주장해 ‘레이디 알카에다’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디키는 현재 징역 86년형을 선고받고 텍사스주 소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시디키가 수감된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여러 극단주의 세력들은 꾸준히 그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2018년에는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텍사스 교도소를 습격해 그를 탈출시키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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