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짜리 '바다 화장실' 아세요?
[경향신문]
남해권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뗏목 위 공중화장실. 깔끔하게 정리된 화장실은 육지 화장실과 차이가 없다. 10년 전 세계 최초로 등장한 ‘바다 공중화장실’이 바다 환경도 지키고 이용객들에게 좋은 반응도 얻고 있다.
16일 경남도에 따르면 2012년 통영·거제 해안 11곳을 시작으로 바다 공중화장실이 현재 17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통영 8곳, 고성·남해·거제 각각 3곳 등 모두 국내 최대 굴양식장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경남도는 2012년 5월 식중독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미국으로 굴 수출이 중단되자 육지 화장실을 해상에 적용한 바다 공중화장실을 도입했다. 경남도는 공중화장실을 도입한 지 1년 후인 2013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위생점검을 통과해 굴 수출을 재개하게 됐다. 과거 어민·낚시꾼들은 분뇨 해양 배출을 금지한 ‘해양환경관리법’이 시행되는데도 해상에서 배설물을 배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경남도는 이를 예방하고자 바다 위에 공중화장실을 세계 최초로 설치했다.
바다 공중화장실은 뗏목 위에 화장실 1동과 양식 어민들이 선박에서 사용한 이동식 화장실을 씻을 수 있는 처리장 1동을 갖췄다. 일부 양식장에 간이 화장실이 있지만 바다 공중화장실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최초 설치 당시 1곳당 하루 평균 20명가량이 이용했다. 분뇨 수거량은 2019년 21.5t, 2020년 36.3t, 2021년 63.7t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100명에 이른다.
이 화장실은 해상에 있어 설치비도 상당하다. 부서지거나 침몰하지 않도록 뗏목을 만드는 데만 5000만원이 든다. 공중화장실 1곳당 설치 비용은 6000만원에 달한다. 또 자체 정화 관리인력도 배치해 운영비도 적지 않다.
경남도 관계자는 “옛날에는 어민과 낚시꾼들이 배설물을 무조건 바다에 버리거나 육상 공중화장실까지 참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면서 “지금은 여성들이 더 편하게 바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오염 관리인력은 이틀에 한 번 화장실을 청소·정리하고 있다. 태풍에 대비해 화장실을 육상으로 끌어와 대피시키기도 한다. 관리인력은 바다 공중화장실에 모은 배설물을 육상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옮겨 처리한다.
김영목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겨울철 굴 식중독균인 노로바이러스의 가장 큰 오염원은 사람 배설물”이라며 “바다 공중화장실은 바다 환경을 지키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는 바다 화장실뿐 아니라 육상 하수처리시설, 굴 안전성 이력 등을 철저히 관리해 식중독균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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