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둥에 화물열차 보낸 北.. '북한판 위드코로나' 시도하나

김범수 2022. 1. 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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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중국 단둥시로 화물열차를 보낸 것은 향후 국경개방과 방역정책 등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화물열차 운행은 북한이 부족한 긴급물자를 운송하는 목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만에 전면봉쇄를 조금이나마 풀었다는 점에서 개방이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해 압록강 ‘중조우의교’를 통해 중국 단둥시에 도착한 화물열차는 오는 17일 긴급 의약·생필품 등 물자를 싣고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년전인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이 커지면서 외국인 대상 단체관광과 비자발급, 정기 여객열차 운행 등을 전면 중당하는 등 국경 전체에 대한 봉쇄조치를 시작했다.

이후 북한 주민들의 해외 출장이나 공적인 목적의 왕래나 무역을 간헐적으로 허용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자 같은해 8월부터는 국경 인근 1∼2㎞ 지역에 접근한 사람과 짐승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전면봉쇄’를 펼쳤다. 이때 북·중 열차교역도 예외없이 중단됐다. 

◆‘선진적·인민적 방역’ 새지침…북한 국경봉쇄 해제되나

이번 북한의 단둥으로의 화물열차 운행은 북한의 방역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기존의 통제 위주의 방역조치에서 ‘선진적 방역, 인민적인 방역’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달라진 방역정책을 암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올해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는 비상 방역 사업"이라며 강도 높은 비상방역전을 주문했다. 사진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뉴스1
보건과 의료 여건이 열악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방역체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로 이어진데다가 코로나19로 우방국과의 교육마저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 사회와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 주민 역시 누적 피로감과 불만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체제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북한이 기존의 방역조치에서 ‘선진적·인민적인 방역‘이라는 명목하에 완화된 방역정책으로 선회한다면, 전면봉쇄됐던 북한의 국경이 점진적으로 개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번에 운행하는 열차는 긴급물자를 운송하는 임시적인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면적인 국경봉쇄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화물열차의 단둥행은 북한의 국경봉쇄 해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북한 열차의 중국행을 시작으로 북·중간, 북한과 국제기구간, 남북간 순차적인 교류 및 협력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해 조중우의교를 건너 중국 단둥으로 넘어오고 있는 열차. 웨이보 캡처
◆북한의 긴급 화물열차 운송…백신보급도 이뤄질까

북한이 긴급 화물열차로 중국으로부터 의약품과 생필품 등을 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북한은 백신 공급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전 국민을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또한 북한이 원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경우 수송에서 냉장유통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도 백신 보급에 난관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 축사에서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지난 13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점점 더 위험해지는 외교적 교착상태를 타개할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대북 안보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은 올해 경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중 교역 확대가 필수적인 데다가, 20여일 앞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판 위드코로나’를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올해 경제계획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북·중 교역 확대 필요성이 크지만 교역의 지속과 확대 여부는 코로나19의 유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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