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에서 시민 속으로..변화한 차별금지법 운동

이유진 기자 2022. 1. 1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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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후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유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
국회 앞 63일 농성 끝내고
‘유세단’으로 새 활동 시작
지난 11일 유세차량 출발
서울 자치구·수도권 돌며
시민들과 연대·홍보 활동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 인근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이들의 시선 끝에는 지난 11일부터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유세단’ 유세차량이 있었다. 유세단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여의도 국회 앞 63일 농성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한 활동이다.

‘만들자, 만들자, 차별금지법(평등~), 차별을 깨고, 내 삶에 자유를~.’ 스피커에선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 주제곡을 개사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차량 옆면엔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차별금지법’이란 문구가 적혔고, 글씨 주위에 그려진 빨강·파랑 하트 무늬가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차별을 깨고 내 삶에 자유를, 차별에 맞서 평등한 존엄을’이란 문구도 붙었다.

낮 12시30분,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지금 우리에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등 글귀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연서시장 안으로 진입했다. “아, 대통령 선거 그건가 보다!” 일부 상인과 방문객은 이들을 대선 유세단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한 시장 방문객이 “차별금지법이 뭐야?” 하고 묻자 순대를 팔던 상인은 익숙한 듯 답했다. “차별금지법? 사람 차별하지 말라는 거지.” 새해 인사와 함께 시장을 10분여 순회한 활동가들이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장예정·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활동가들은 오후 1시가 되자 점심을 먹기 위해 구산동 ‘전환마을 부엌 밥풀꽃’을 찾았다. 밥풀꽃은 전환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채식식당으로, 출입문엔 ‘차별 없는 가게’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박지현 전환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이 이들을 환대했다. 박 이사장은 “다들 너무 고생하는데, 해줄 건 없고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은평구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연대하는 시민단체가 많은 상징적인 지역구”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은평구 주민 500여명이 평등법 발의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차별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서명 입장문을 전달한 일도 있었다.

식사를 마친 유세단의 다음 일정은 구산역이었다. 구산역 사거리에 가까워지자 도보에 서 있던 50여명이 유세차량을 뒤따랐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해 은평구 시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유세단을 응원하기 위해 구산역을 찾은 것이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가정의학과 추혜인 원장은 “한국에선 병원 설립 시 장애인 접근 가능성이 중요하지 않아 많은 장애인들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누구나 아플 때 편하게 병원에 오고 차별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A씨는 “2019년 남성 파트너와 결혼해 신혼집을 은평에 차려 행복을 느끼고 있다”며 “성소수자는 여러분의 이웃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지인일 수도 있고 심지어 가족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산역 유세를 끝낸 이들은 역촌 평화공원으로 향했다. 차량이 멀어지며 노랫소리도 멀어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음달 25일까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 자치구와 수도권을 돌며 유세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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