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1야당 대표가 '가면' 뒤에 숨어 다른 정당 비판하다니

2022. 1. 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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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면을 쓴 채 익명으로 진행되는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른 당 대선 후보들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5일과 12일 JTBC <가면토론회>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비판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으며, JTBC 측은 “공식적으로 출연자를 확인해드리기 힘든 입장”이라고 했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가 가면 뒤에 숨어 ‘제3자 시각’인 양 다른 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고, 얄팍한 술수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 ‘상식’의 가치와 거리가 먼 행태를 당의 얼굴인 대표가 저질렀다니 유감이다.

이 대표로 추정되는 논객 ‘마라탕’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의혹을 두고 “허위 이력 기재나 이런 것들이 있다 한들, 대한민국 영부인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전과 4범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직 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안 후보를 겨냥해선 “계속 실패했는데, 같이 망하는 데에 희망을 걸자고요?”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론과 관련해선 “이(준석) 대표도 여가부 관련 토론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며 ‘셀프 비평’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정치평론가가 아니다. 제1야당 대표가 기성 정당과 이해관계 없는 젊은 논객인 양 굴며 상대 후보를 깎아내린 것은 잠재적 유권자인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이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한 ‘비단주머니’가 20개쯤 있다고 해왔는데, 가면 뒤에서 유권자 판단을 흐리려는 시도도 포함됐던 것인지 묻고 싶다. 정치권 쇄신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30대 정치인의 경박한 처신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JTBC 측은 해당 프로그램을 ‘가면 쓴 논객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두고 벌이는 3 대 3 토론 배틀 프로그램’이라 소개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제1야당 대표가 가면만 쓰면 ‘논객’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업적 목적이든 혹은 다른 의도든 JTBC 측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의 출연이 사실상 공개된 만큼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더 이상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대표와 JTBC는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 대표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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