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경매장에 나온 국보
[경향신문]

국내 3대 사립미술관(박물관)으로 리움(호암미술관 포함)과 간송미술관·호림박물관이 꼽힌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간송 전형필, 기업가인 호림 윤장섭의 개인 컬렉션이 그 기반이다. 이들 컬렉션의 가치와 수준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만하다. 그중 간송컬렉션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될 문화재를 수집한 것이어서 더욱 각별하다. 간송은 1938년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 ‘보화각’(간송미술관 전신)을 세워 수집 문화재를 보존했다. ‘훈민정음’ 등 전적과 서화·도자 등 국보·보물로 지정된 것만 40여건에 이른다. 간송컬렉션 연구로 ‘간송학파’가 만들어지고 ‘진경문화’의 진면목을 밝혀냈다. 문화재의 수집·보존·연구를 통해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맥을 이은 게 바로 ‘간송 정신’이다.
간송미술관 측이 국보 2점을 경매에 내놓았다. 국보가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으로, 27일 K옥션에서 열린다. 출품된 국보는 삼국시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 ‘금동삼존불감’이다. 추정가는 28억~45억원이다. 국보·보물도 소유권자의 사적 재산인 만큼 해외로 유출되지 않는 한 매매가 가능하다. 지난해에도 보물 2점을 매각한 간송미술관 측은 이번 매각이 “구조조정, 간송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국보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낙찰가는 얼마일지 궁금증에 앞서 안타까움이 먼저 다가온다. 수집과 보존을 둘러싼 간송의 가슴 뭉클한 일화들이 떠올라서다. 기꺼이 사재를 내놓고 어떤 수고로움도 마다 않은 게 간송의 행보다. 간송컬렉션은 숭고한 그의 정신을 상징한다. 컬렉션의 경매 출품은 최근 몇년간 여러 사업을 벌여온 간송미술관이 직면한 재정난 타개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3대째 이어져오는 간송미술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사적 재산이지만 국가의 보물이기에 당국과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
경매에 나온 국보는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야 소장할 수 있어 사실 새 주인이 될 기관, 개인은 극소수로 좁혀진다. 간송컬렉션의 국보들이 개인 수장고의 어둠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공개 전시공간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새 주인에게 갔으면 좋겠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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