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 심각한데.. "50평 습지 지키려 배곧·인천 수십만 주민 희생"

2022. 1. 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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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인천 출퇴근 주민들 "하루 2시간씩 도로에서 허비" 불만 호소

[박종현 기자(qwg1029@daum.net)]
# 2019년 경기 시흥시 배곧동에 입주한 A씨는 출퇴근 시간마다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매일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자신의 직장을 오가는 과정에서 심각한 교통체증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A씨는 출퇴근 때마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몰리는 소래포구, 인천 남동구청 등 정체 구간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송도와 배곧을 잇는 도로의 부재로 교통량 분산을 바랄 수도 없어, A씨가 제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마다 1시간 가량의 여유를 갖고 집을 나와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그나마 기대를 가졌던 배곧대교 건설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이 같은 불편은 계속해서 안고살게 됐다는 점이다.

A씨는 "인천 송도에 집을 마련하려 했지만 배곧대교가 뚫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집을 마련했다"며 "그러나 배곧대교 건설이 불확실한 지금으로서는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인천 송도에서 시흥 시화공업단지까지 출근하고 있는 B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일 아침마다 고잔 톨게이트를 지나 정왕IC를 거쳐 출근하는 과정에서 40~50여 분의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송도와 배곧을 잇는 도로가 한정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통행량이 몰려서다. 당초 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고려됐던 배곧대교 역시 추진이 불분명하다.

B씨와 같이 직장 등 다양한 이유로 시흥과 인천을 오갈 수 밖에 없는 주민들 역시 '시흥에서 인천까지 이어지는 마땅한 대체 도로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B씨는 "아예 시화공단 주변으로 거주지를 옮길 것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유로 배곧대교 추진이 어렵다고 하는데, 실제 이곳으로 출퇴근하며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겪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배곧대교 조감도 ⓒ시흥시

이처럼 시흥과 인천 지역의 교통량이 점차 늘어감에 따라 이곳 지역 주민들이 고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배곧대교' 건설 사업이 최근 환경영향평가 결과, 전면 재검토를 받아야 하는 등 차질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16일 시흥시와 한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시흥시 정왕동과 송도를 잇는 총 1.89㎞, 왕복 4차로 교량인 배곧대교 건설과 관련된 환경영향평가 결과 국제적인 보호를 받는 람사르습지가 훼손되고,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이동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요 내용으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제시된 노선과 동일해 친환경적이지 않은 도로계획이라는 점 △대체습지보호지역 추진이 새로운 서식지 창출로 보기 어렵다는 점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내 교량 교각을 설치해 습지 생태계 직접 훼손과 주요 법정보호종 서식지 감소, 파편화 및 이동로 교란 등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 역시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제3차 관리기본계획(2022~2026)'을 수립,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천 송도갯벌의 훼손·위협 요인 분석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배곧대교 건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기존과 완전히 다른 내용의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시흥 정왕IC일대 상공을 촬영한 모습 ⓒ시흥시

이에 시흥시는 '한강유역환경청이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 없이 예상되고 판단된다고 하는 황당한 논리만으로 재검토 의견을 보냈다'며 이번 결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흥시는 K-바이오밸리 구축 등 기대효과뿐만 아니라 교통량 분산을 위해서라도 배곧대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루 약 9만5000여 대의 교통량을 수용할 것을 가정해 만들어진 아암대로가 이미 2019년 하루 12만5천여 대를 넘어서면서 도로용량의 30% 가량을 초과했을 뿐더러, 인구 증감을 감안하면 2026년에는 하루 14만6000여 대가 오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곧대교가 지어질 경우에는 아암대로 일대 교통량이 평균 23.6% 감소하며, 통행속도 역시 시간당 6.4㎞ 가량 증가해 교통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배곧대교 건설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통행량 분산을 통한 교통체증 해소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연 77톤 가량, 환경 편익으로써 연 17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는 이러한 점을 종합해 배곧대교를 30년간 운행할 경우 △통행시간 △차량운행비용 △교통사고 비용 △환경오염비용 등 항목에서 총 1조5894억 원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류호경 배곧신도시 총연합회장은 "아무리 환경적으로 중요하다지만 람사르습지 50평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 주민이 이용하는 대교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배곧과 람사르습지 등을 지나는 전력구 공사는 쉽사리 진행하면서, 어째서 매연 감소 등 환경적 효과가 눈에 띄는 대교 건설을 막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익과 환경보전이라는 공익간의 이익형량을 적절히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 중앙행정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접수하는 한편 시행사와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qwg102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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