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고 명문팀' 이력서도 소용없네..컵스 유턴파 8명 중 4명이 은퇴
[OSEN=조형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이자 인기 구단 중 하나인 시카고 컵스.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며 조롱의 구단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한때, 이 명문 구단은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교두보가 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잠시 주춤했던 메이저리그 진출 붐은 2000년대 후반 다시 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국내 유망주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고 당시 어린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에는 최희섭, 류제국과의 인연으로 컵스는 비교적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했는데, 이후에도 국내 유망주를 수집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신일고 이대은을 시작으로 2008년 충암고 이학주, 용마고 하재훈, 2009년 부산고 정수민, 북일고 김동엽, 덕수고 나경민, 2010년 덕수고 김진영 등 투타 가리지 않고 유망주들을 대거 수집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장충고 권광민이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총 8명이다.
아마추어 스카우트에서 계약금이 선수의 가치와 같았고 향후 주어질 기회와 비례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비교적 ‘헐값’에 계약에 맺었다. 김진영과 권광민 많은 12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고 이전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50~80만 달러 사이의 계약금을 받았다. 하재훈의 경우 계약금은 불과 10만 달러에 그쳤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KBO리그로 유턴했다. 방법과 시기는 달랐지만 아마추어 해외진출 선수들을 향한 2년 복귀 유예 징계를 어떻게든 소화하면서 KBO리그 팀들의 지명을 받았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경민(롯데), 정수민(당시 NC), 김동엽(당시 SK)이 지명을 받았고 2017년 김진영(한화)이 돌아왔다. 절정은 2019년이었다. ‘이대은 리그’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 무대 진출 이력에 일본프로야구와 국가대표팀 경력 등을 갖춘 이대은을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결국 이대은이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2순위가 이학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하재훈까지 SK(현 SSG)의 지명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권광민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8명의 선수가 약속이나 한듯이 국내로 유턴했다.
하지만 컵스 출신 이력서가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모두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었거나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고 포지션 전향 등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대은의 경우 지난해 31경기 3승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2019년 데뷔 시즌에는 17세이브를 올리며 클로저 역할도 맡았다. 하지만 3시즌 간 95경기 7승8패 19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31의 성적만 남긴 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의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외파 출신 1순위 선수의 씁쓸한 마무리였다.
이대은의 뒤를 이어 2순위였던 이학주는 뜻하지 않은 구설과 트레이드 루머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 이면에 감춰진 불성실한 훈련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현장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훈련에 무단 지각을 해서 2군행을 통보 받기도 했다.
그 외의 선수들도 화려했던 아마추어 시절과는 달리 프로에서 고전했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NC의 지명을 받고 2차 드래프트로 SSG의 유니폼을 입었던 정수민은 지난해 방출 통보를 받았고 현재 유소년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사실상 은퇴다. 나경민 역시 프로에서 대주자 역할로 각광 받았지만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9년을 끝으로 일찍이 지도자 과정에 들어섰다. 현재 롯데의 1군 주루코치를 맡고 있다. 김진영은 뜻하지 않게 현역에서 물러나게 된 케이스. 개인사로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였음에도 현역 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나마 하재훈이 컵스 출신 유턴파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다. 타자 커리어가 대부분이었지만 2019년 입단과 함께 투수로 전향했고 데뷔 시즌 61경기 5승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구원왕에 올랐다. 완벽한 성공이었다. 그러나 이후 어깨 통증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2020년 15경기, 2021년 18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결국 하재훈은 다시 한 번 타자로 재전향해서 도전을 이어간다.
김동엽은 위태롭지만 장타력을 무기로 버티고 있다. 2017년 22개, 2018년 27개를 대려내며 거포의 위용을 뽐냈고 이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2020년 2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파워를 비롯한 타격 재능에 비해 떨어지는 수비력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권광민은 이제 신인으로 KBO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컵스 퇴단 이후 호주리그와 독립리그에서 감각을 이어갔다. 한화 외야진의 기대주 가운데 한 명이다.
결국 10년 사이에 약 8명이나 컵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모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8명 중 무려 4명이 은퇴를 선언하는 등 선수와 구단 모두에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맞이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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