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처?..역할 잘 모르겠다"..끊이지 않는 폐지론

박상길 2022. 1.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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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든 뒤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꼽으면 '여가부는 여성만을 지원하는 부처 아닌가'라는 것이다.

여가부의 주요 정책과 정책 방향은 여가부 예산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올해 여가부 전체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다.

여가부의 분야별 예산 규모는 가족 분야 9063억원, 청소년 분야 2717억원, 권익 분야 1352억원, 여성·양성평등 분야 1055억원이다. 여가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족 분야로 예산 비중은 전체의 62%에 달한다. 가족 분야 예산에는 한부모 가족 지원, 1인가구 지원, 아이돌봄 사업 등이 포함돼있다. 예산 비중만 놓고 보면 여가부가 여성만을 지원한다고 보기 어렵다.

성폭력·가정폭력·강력범죄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권익 분야 예산이 9%를 차지하지만, 이 또한 여성만을 정책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인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여가부 예산의 약 19% 가량은 청소년 관련 사업에 배정돼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가부 예산이 무차별적으로 여성단체에 지원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가부의 2020년 지출 내역을 보면 총지출 결산액은 1조913억원이며 이 가운데 국고보조금은 9508억원으로 총지출의 87%를 차지했다. 다만 국고보조금 가운데 91%(8661억원)는 아이 돌봄, 한부모가족 지원, 청소년 안전망 구축,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사업을 위해 자치단체에 교부하는 것이다.

이런 자치단체 보조금을 제외한 민간보조금은 847억원으로 국고보조금의 약 9%에 달한다. 또 민간보조금의 대부분(715억원)은 공공기관에 들어가며 공공기관 외 민간단체에 교부된 금액은 132억원으로 전체 국고보조금의 1%에 불과하다. 여가부가 여성단체를 무차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대로 된 근거를 갖추지 못한 셈이다.

여가부 폐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여가부의 전신인 여성부가 설립되고 여성가족부, 여성부, 다시 여성가족부로 간판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조직 개편·축소·폐지의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지난해부터 여가부 폐지론이 재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여가부의 실책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정치적 사건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면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11월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은 박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데 대해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대선을 앞두고 여가부가 여당의 정책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가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여가부가 지난해 11월 17∼22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1년도 여성가족부 주요 정책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가부에 대한 호감도와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감도는 40점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여가부 존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30대 워킹 맘인 A씨는 "진영 논리를 떠나서 여가부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라며 "여가부 정책과 관련 일상생활에서 별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30대 미혼여성인 B씨는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라며 "그러나 여가부가 제 역할을 못 했으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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