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랏빚 폭증에도 브레이크 없는 돈 풀기

은진 2022. 1.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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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두달앞두고 14조 추경편성
文정부 5년간 국가채무 410조↑
제동 걸 재정준칙 1년째 국회계류

올해 나랏빚이 10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나랏빚이 5년 만에 410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현 정부가 6·25전쟁이 있었던 1951년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임기 마지막 해까지 '확장재정'을 추진하면서 나라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다. 이번 추경은 현 정부 임기 내 10번째 편성되는 것으로, 총 규모와 횟수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비기축통화국이라는 한국 경제 특성상 국가채무 관리가 시급하지만, 나라 재정의 '제동장치' 역할을 할 재정준칙은 빨라야 2025년에나 작동될 전망이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초 올해 첫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00만원씩 방역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는 데 약 10조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기존 대비 1조9000억원 늘어난 영업금지·제한업종에 대한 손실보상금 예산 5조1000억원도 포함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추경사업 규모는 약 14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10번째 추경이 된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편성한 추경 규모는 약 135조3000억원으로, 이번 추경 14조원을 더하면 총 150조원에 달하는 액수다.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보름도 안 된 시점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가 1월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전쟁이 있었던 1951년이 유일했다.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초과세수를 2021회계연도 결산 전까지 사용할 수 없어서 14조원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본예산 기준 올해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108조4000억원 늘어난 1064조4000억원, 이번 추경 14조원 중 10조원만 적자국채로 발행한다고 가정해도 올해 국가채무는 최소 1075조원 상당으로 늘어난다. 이를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로 나누면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2081만원까지 불어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일반정부 부채 기준)을 66.7%로 전망했다. IMF가 분석한 한국의 지난해 말 GDP 대비 채무 비율은 51.3%인데, 이보다 15.42%포인트나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 대상인 35개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2위인 체코(8.74%포인트)와 비교해도 그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은 추경 규모를 14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 비교 기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간 재정여력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같은 해 OECD 37개 회원국 평균인 65.8%보다 낮다.

하지만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섞어 계산한 OECD 평균치만 보고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달러·유로·엔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경우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 보고서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OECD 14개국의 평균 부채비율은 41.8%로, 우리나라는 헝가리·이스라엘·멕시코·콜롬비아·폴란드 다음인 6번째로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경우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원천적으로 기축통화국들에 비해 훨씬 적으므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기축통화국보다) 낮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풍부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한국은 기축통화국들보다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가여가야 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도 기축통화국인 국가들과 국가부채를 비교하면서 아직은 안정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재정준칙이 필요한 상황인데, 국회도 정부도 (재정준칙이) 각종 현금성 지원 등에 제약을 만드니까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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