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성큼성큼 날아오르면 마치 이신바예바 뛰는듯"

곽윤섭 입력 2022. 1. 16. 19:26 수정 2022. 1.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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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22년 KBS 육상 해설 김경선 작가

황새 사진을 찍고 있는 김경선 작가. 김경선 작가 제공

황새생태연구원 25돌을 기념하는 황새 사진전 <천년의 기다림, 만년의 행복>이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 청주시 한국공예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앞서 4~15일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에서도 열렸다.

1996년 시작된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황새복원사업은 러시아, 독일, 일본에서 들여온 황새 38마리를 증식해 2015년부터 충남 예산군에 방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155마리가 야생으로 날아갔다. 사진전 초대작가인 김경선 작가는 7년째 야생으로 돌아간 황새를 찍고 있다. 15일 전화로 그의 황새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철원의 한 들판에서 사흘째 두루미를 보는 중이었다.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22년간 한국방송에서 육상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부터 2016년 리우까지 다섯 번의 올림픽, 그 사이사이에 세계선수권, 전국체전 등 숱하게 많은 육상경기를 중계했지요. 지금도 남자 1만 미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베켈레,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이었던 이신바예바 등의 경기는 잊을 수가 없네요.”

김경선 작가의 황새 사진.
김경선 작가의 두루미와 재두루미 사진.

육상해설위원 시절부터 그는 사진 찍는 해설위원으로 유명했다.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큰 규모의 대회에선 대형 카메라회사에서 망원렌즈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해설하면서 국내외 유명선수들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집이 시흥인데 근처에 관곡지가 있어서 연꽃도 찍기 시작했죠. 이 모두 한 20년 넘었군요. 그렇게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지인이 두루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웹사이트에서 검색한 이후 바로 철원으로 달려갔는데 처음 본 것이 흰두루미였습니다. 너무나도 우아했어요. 17년 되었군요.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여름엔 연꽃, 겨울엔 두루미와 살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예산군의 황새 방사 이야길 듣고 역시 바로 달려갔는데 황새는 두루미와 또 다른 멋이 있었습니다.” 전직 육상해설위원이란 것을 자꾸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사진 이야기는 물 흐르듯 이어져 중계방송을 듣는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 두루미가 우아하다면 황새는 카리스마와 절도가 있다. 황새는 암수가 만나 인사할 때 예의가 있고 어린 새끼들이 어미를 보면서 고개를 드는 일도 드물고, 한국의 부모님들이 자식을 먼저 챙기는 마음처럼 어미의 자식 사랑도 지극하단다. 둥지 안에 배설물을 남기지 않는 깔끔함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황새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달려가다가 도약하는 모습을 보면 이신바예바 선수가 현역시절 리듬을 타면서 달리다가 바를 넘은 뒤 폴을 놓고 착지하는 장면과 겹칩니다. 황새를 찍게 된 것이 운명이 아닌가 싶네요.”

육상 해설하며 선수들 찍기 시작
17년 전 흰두루미 보고 본격적으로
지난 7년 황새에 매료 날마다 촬영
예산 야생번식지 근처 방까지 구해

황새생태연구원 25년 기념 사진전
오는 30일까지 청주 한국공예관

그는 해설위원을 그만두고는 사진에만 몰두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 방을 얻었는데 2015년 자연방사 후 2016년 첫 야생번식에 성공한 황새 만황이의 둥지와 가까운 곳이다.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 집을 나서고 겨울이면 오후 6시 무렵 집으로 철수한다. 황새의 생활리듬과 일치한 생활이다. “날마다 황새를 만나니 저를 압니다. 길을 가다가도 저를 보면 서서 쳐다봐요. 아니 사람을 보면 날아가야 하는데 저를 우습게 보는 건지 하하하.”

김경선 작가의 두루미 사진.
김경선 작가의 두루미 사진.

지난해엔 가슴 아픈 사건도 있었다. 다친 황새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날아다니는 짐승이라 정확히 어딘지 찾기가 힘들 법도 했다. 그렇지만 불쑥 만황이가 떠올랐고 그가 자주 가는 곳을 손바닥처럼 알기에 바로 찾아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핼쑥한 얼굴로 만황이가 그를 쳐다봤단다. ‘어디 다쳤니’라고 물었더니 어깨를 돌려 피가 흐르는 날갯죽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미끼가 달린 낚싯바늘이 날개에 꽂힌 것이다. 예산황새공원에 전화를 했고 연구원들이 왔다. 덩치가 커서 잡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주문을 외우듯 ‘네 둥지로 가라, 네 둥지로 가라’라고 하니 정말 둥지 쪽으로 갔다고 한다. 연구원들이 거기서 가까운 사육장으로 몰아 살을 꿰매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두 달 입원하고 완쾌했어요. 이제 다시 날아다니는 만황이를 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김 작가는 황새와 관련한 책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엔 어린이들을 위한 황새 동화도 있다. 현재 100여 페이지 가량 작업이 되었는데 자신이 찍은 황새 사진에 짧고 위트 있는 동화를 곁들였다. 어린 황새 한 마리가 둥지 바깥으로 볼일을 보는 사진인데 이렇게 글을 달았다. “ㅋㅋ 막둥이 동생 응가 하네 그래도 착해 절대 우리 잠자리는 피해서 하지 ㅎㅎㅎ.”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지만 내 것이 아닙니다. 40년 만에 복원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황새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데 쓸 겁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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