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로 맺어진 인연..이젠 7년 지기 깐부랍니다

김슬기 2022. 1. 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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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정보통신 - 아카데미 열정과나눔, 1社1메세나
광주 찾아 매년 나눔음악회
기업 방문해 음악교육하기도
매칭펀드로 연 2000만원 지원
코로나로 공연 중단 위기 넘겨
"메세나는 기업에게도 축복
'노블레스오블리주' 도구 돼"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③ ◆

현악 합주단 `아카데미 열정과나눔`이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APS]
"작년에 인사 차 광주에 갔는데 직원 한 분이 '언제 공연하러 또 오십니까'라고 묻더라. 굉장한 보람이고, 감동이었다. 그들의 생활 속에 클래식 음악이 자리를 잡은 거다."(진윤일)

"클래식 음악 후원이 마중물이 됐다. 예술에 푹 빠지게 되니 장학금으로 연주자를 돕고, 그림도 사고 있다. 내가 더 고마운 인연이다."(이만선)

음악이 기업인과 예술가 사이 우정의 메신저가 됐다. 21명의 연주자가 활동하는 현악단 '아카데미 열정과나눔(APS)' 진윤일 음악감독과 이만선 오성정보통신 대표는 7년 전 '깐부'가 됐다. 직업과 나이, 먼 거리조차 극복하고 늘 안부 전화를 나누는 사이다.

전남 남악에 본사를 둔 오성정보통신은 30년 업력을 자랑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방송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이 대표는 광주 공장 복도에 지역 작가들의 그림 50여 점을 사서 걸 만큼 '메세나'에 진심인 경영인이 됐다. 이게 다 7년 전 인연 덕분이다.

이만선 대표(왼쪽)와 진윤일 음악감독.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이다. 진 감독이 목포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시절, 지인의 소개로 공연을 보게 되면서다. APS는 2012년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진 감독에 의해 창단됐다. "서울에 편중된 문화를 지방과 나누고자 한다"는 진 감독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면서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2015년 한국메세나협회 매칭펀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5년간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오성정보통신은 이후 연간 1000만~1500만원을 후원했고, 정부의 지원금도 같은 액수가 더해졌다. 연간 2000만~3000만원이 수혈되면서 매년 죽느냐 사느냐 고비를 넘기던 악단은 재정적 안정을 찾았다.

진 감독은 "음악 단체에 매칭펀드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악단은 매년 쉬지 않고 정기연주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펀드 덕분에 매년 2회 이상 정기연주회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연을 맺은 뒤 매년 여름 광주를 찾아가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지역민들과 나눔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오성정보통신의 직원이 가족과 지인들을 초청하고, 거래처도 함께 모인다. 성대한 문화 접대를 하는 셈이다. 작년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쉽게도 광주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더 기대가 된다. 광주 지역 작곡가의 음악도 연주하는 등 좀 더 특별한 공연을 준비해보고 싶다"고 진 감독은 말했다.

APS는 한국 작곡가의 신곡, 국악과 양악의 만남,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컬래버레이션(융합), 인문학 강연과의 접목 등 관객과 적극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친근한 선곡 덕분에 난생 첫 클래식 공연에도 반응이 좋아서 큰 기쁨이다. 메마른 산업현장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건 색다른 경험일 텐데, 일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 가족과 한 끼 식사를 할 기회도 되고 그런 동기를 부여한 게 회사로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오성정보통신은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2018 한국메세나대회'에서 '아츠&비즈니스(Arts&Business)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나는 지방의 작은 기업인인데 영광스러운 상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지만 '아츠&비즈니스상'이 가장 애정이 간다"고 털어놨다.

클래식 악단에 지난 2년은 악몽 같았다. 코로나19 쇼크로 공연이 몇 번이나 중단됐다. 연 8회 정도 공연을 하던 악단에 밥줄이 끊어질 위기였다. 때마침 2021년에는 5년까지만 연속으로 지원 가능한 규정상 매칭펀드 지원이 불가능한 시기였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사비를 털어 후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APS를 보면 창작이나 연주에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 당연히 돕고 싶다. 펀드사업과 상관없이 후원은 이어간다. 10년 이상 힘 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감독은 "오성정보통신이 지역사회에서 메세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은 도덕적 의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7년 우정으로 맺어진 단단한 신뢰가 보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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