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나올라" 전국 초중고도 3855곳 폐교..10%는 '흉물'로 방치

지홍구 2022. 1. 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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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서만 폐교 833곳 달해
한해 관리비만 3억원 지출

◆ 2022 신년기획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문닫는 학교 매년 급증 ◆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학생이 수도권으로 몰리며 지방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 대학생이 썰렁한 학교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매경DB]
'병천 순대'로 유명한 충청남도 천안시 병천면. 이곳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2007년에 문을 닫은 병천초등학교 봉성분교가 있다.

폐교 직전이었던 2006년에 전교생은 18명에 불과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0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안으로 기숙형 장기 위탁교육기관인 위스쿨(Wee School)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아산시로 확정되면서 무산됐다. 그사이 분교 건물은 노후가 진행돼 정밀안전점검에서 보수·정비가 시급한 D등급을 받았다. 지금은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농어촌·시골 지역에 불어닥친 인구 감소 바람이 학교 등 공공시설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폐교 등 문을 닫는 공공시설이 늘어나면서 사후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용도 폐지된 국유 재산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폐교 2곳, 종전 경찰관서 193곳, 관사 22곳을 수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는 국가 소유 재산에 한정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시도 교육청 등이 관리하는 재산으로 확대하면 관리 대상은 더 커진다. 관리 주체가 시도 교육청인 폐교가 대표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폐교 수는 3855개로 2020년(3834개) 대비 21개 늘었다. 이 중 매각된 학교는 2491개에 불과하고 393개에 대해선 임대도 이뤄지지 않아 활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활용 폐교는 인구 감소가 많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남 89개, 경북 63개, 강원 45개, 충북 33개, 충남 27개 등이다.

17개 시도 중 폐교 수가 833개로 가장 많은 전남은 폐교 관리로 고심하고 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폐교 수가 늘고 있다"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교 당시 주민이 땅을 기부했거나 애착 등 이유로 매각을 반대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폐교 관리 비용도 적지 않다. 전남교육청에서만 매년 2억~3억원이 나간다.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적지 않다. 계약 기간을 넘겨 폐교를 무단 점유하는 임차인 때문이다. 강원 원주교육지원청은 원주시 지정면 지정초교 송암분교장을 빌린 임차 계약자가 2019년 10월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사용을 고집해 명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20년 말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가 제기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원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폐교 용지를 활용해 유아 교육 관련 기관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소송 때문에 2~3년이나 늦춰졌다"고 말했다. 2001년에 폐교된 인천 강화군 길상면 길상초교 선택분교도 명도 소송에 시달리다가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무단 점유 기간에 발생한 임대료 반환 등 2건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은 "현실적으로 인센티브 없이 폐교를 매수·임대해 활용하려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보조금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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