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죽겠구나 싶던 썰매..이젠 첫 메달 꿈꾸며 잠들죠

이용익 2022. 1. 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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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모노봅 첫 출전 김유란
20kg 증량해 육상서 썰매로
혼자 타는 모노봅 어렵지만
매일 베이징 시상식 상상해
스타트 기록 줄이는 것 관건

◆ 베이징동계올림픽 나는 태극전사다 ◆

여자 모노봅(1인승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김유란이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선구자 혹은 개척자.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김유란(29·강원도청·사진)을 만나기 전에 그렸던 이미지였다. 하지만 출국을 앞두고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유란은 한국 모노봅(1인승 봅슬레이)의 선구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했던 운동이 아니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캐나다로 가서 처음 트랙을 타던 날에는 손이 덜덜 떨려 헬멧 턱 끈도 직접 묶지 못했다"며 "이게 사람이 타도 되는 건지 싶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지금은 슬라이딩이 기다려지더라"고 자신의 변화를 돌아봤다.

자신의 말마따나 김유란은 봅슬레이에 큰 관심이 없던 평범한 허들 육상 선수였다. 대학 졸업 후 운동을 그만두려다 얼떨결에 썰매에 발을 들인 그는 입문 3년 만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꿈까지 이뤘다.

"언제든 싫으면 그만둬도 된다는 말에 한번 해본 거였다"고 말했지만 어느덧 김유란은 메달권을 목표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7년 차 국가대표 베테랑이 된 김유란에게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의 첫 여자 썰매 메달을 따낼 기회다. 김유란은 지난해 12월 모노봅 유럽컵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며 6차에서 4위, 7차에서 6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메달이 쉬운 목표는 아니다. 김유란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대회가 인생 경기였다. 성적은 14위였지만 주눅 들지도 못할 정도로 뜨거운 응원을 받았고, 큰 대회일수록 집중력과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썰매의 빠른 속도가 무서워 울면서 봅슬레이를 탔던 그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욱 어려운 것은 '증량'이었다. 엔진 없이 사람의 힘과 무게로만 움직이는 썰매인 만큼 근육을 늘려야 했던 것이다.

김유란은 "먹는 것을 즐겨 편할 줄 알았는데 58㎏에서 77㎏으로 늘리는 동안 매끼 많이 먹어도 하루 동안 300g 찌고, 운동하고 나면 다시 800g 빠지는 등 결코 쉽지 않더라"며 "휴가 때면 오히려 살이 빠져 돌아올 정도라 고민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약점으로 꼽히는 스타트 기록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유란은 주행 기술이 뛰어난 파일럿이지만 다인승 봅슬레이는 물론 새롭게 추가된 종목인 모노봅에도 출전하려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김유란은 "썰매는 얼음 라인을 잡는 게 중요한데, 원윤종·석영진 오빠 등이 그 수준을 넘어 경사도·각도·너비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셔서 중국 트랙을 연습할 때도 큰 도움을 받았다"며 "스타트가 부족한데 그 부분에서 차이가 줄어들면서 기록이 더 좋아질 수도 있기에 남은 기간 매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2인승 외에 모노봅까지 나서면 메달 획득 기회는 늘어날 것이다. "모노봅은 썰매가 짧고 가벼워 작은 실수에도 확 틀어지는 등 변수가 많아 쉽지는 않다. 그래도 가능성은 높아지고 의구심은 줄어든 느낌"이라며 웃어 보인 김유란은 "기왕 메달을 딴다면 2인승이 더 기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메달 얘기에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김유란은 "피니시 라인을 지나 200m가량 더 달리면 참 많은 생각이 드는데 베이징에서는 내릴 때 꼭 웃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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