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 맞춘 결혼 25주년 커플링도 못 껴보고.."
"사고 하루 전날 아버지께서 결혼 25주년 커플링을 맞추셨어요. 제게 '나중에 네게 반지를 물려줄 테니 그때까지 깨끗하게 잘 끼겠다'고 말씀하신 게 아직 눈에 선해요."
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25) 아버지는 지난 11일 일어난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였다. 생활이 어려워 그의 아버지는 결혼생활 25년 동안 손에 반지를 껴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부인은 지난 10일 남편의 손을 잡고 금은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다음 날 소방설비 작업을 하던 중 건물이 무너졌다. 아버지는 끝내 손가락에 반지를 껴보지 못한 채 무너진 건물 틈새에 매몰되고 말았다.
16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아버지 구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김씨는 "수색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지만 설 전까지만이라도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종자 설 모씨(27) 아버지는 실종 당일 창호 작업을 마치고 다음날인 12일부터는 다른 현장에서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다른 곳으로 출근하기로 했던 아버지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설씨는 "아빠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지옥 같다"고 말했다.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는 데 고통스러운 심경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 대표 안 모씨(45)는 "실종자들 생사라도 확인하고 어느 지점에 있는지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생업을 못하는 주변 상인들과 실종자 가족들끼리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이미지만 실추된 게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적극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광주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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