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지지대는 없고 콘크리트는 안 굳었다

박진주 2022. 1. 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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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층 콘크리트 타설 하중
지지대 역할 동바리 없어
하층부 연쇄적으로 무너져
일지엔 6~10일 간격으로
1개층씩 콘크리트 타설
현산 "12~18일"과 달라
붕괴된 광주 아파트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38층(네모)을 비롯해 구조물이 붕괴하고 남은 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하중을 견디는 비계기둥 등 지지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광주시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이 부실 시공임을 짐작하게 하는 여러 정황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콘크리트 양생 불량과 안전 구조물 부재 등에 맞춰지고 있다. 16일 A건설사가 사고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붕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타설 하중에 대한 하층부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바닥)의 지지력 부족을 꼽았다. 붕괴 사고 직전 최상층인 39층 바닥면에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그 바로 아래는 PIT층(각종 설비 배관을 모아 두는 층)이 있으며 그 아래 38층이 있는 구조다.

사고는 39층 바닥면이 무너지면서 2~3초 간격을 두고 38층부터 23층까지 콘크리트 바닥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39층 바닥의 타설 하중이 PIT층 슬래브의 설계 하중을 초과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A사가 분석한 설계도에는 39층 콘크리트 바닥 두께가 35㎝로 다른 층 25㎝보다 10㎝가량 두껍게 돼 있다. A사는 PIT층에 대해 "바닥 슬래브 완료 후 설비 배관 작업으로 양생이 완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38층에 동바리(공사 중 중량물을 일시적으로 지지하는 가설물)가 제거된 것에 대해서는 '현장의 기술적 판단 미비'라고 지적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발생 엿새째인 16일 현장 인부들이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투입될 크레인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철근 콘크리트 업체 관계자는 "통상 콘크리트 타설 밑 3~4층에 동바리를 설치하고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해 합격하면 한 층씩 위로 올린다"면서 "도미노처럼 건물이 붕괴된 것을 보면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흔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를 부은 뒤 하중·충격 등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 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화정아이파크 타설 일지를 보면 6~10일 만에 상층부 1개층씩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면 콘크리트를 타설한 다음 10일 뒤 다음 층인 36층 바닥을 타설했다. 이후 37층과 38층 바닥은 7일과 6일 만에, 38층 천장(PIT층 바닥)도 8일 만에 공사를 진행했다. 7일 후 PIT층 벽체가 만들어졌고 11일 뒤 39층 바닥을 타설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타설 일지는 "12~18일간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밝힌 현대산업개발 측 해명과는 다른 것이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붕괴 사고의 원인은 무리한 작업에 따른 부실 시공과 콘크리트 양생 문제, 설계 구조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부 B씨(66)의 사망 원인은 '다발성 손상'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고 16일 유족에게 고인의 시신을 인계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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