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밀고 아파트 짓자? 부작용 만만치 않다는데 [방방콕콕]

지홍구 2022. 1. 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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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250만호' 공약 이재명 후보가 불지펴
박용진 의원 아이디어 바통 이어 받아
'완전 이전''국제선만 이전' '백지화'설에
공항 외길 김포공항 시시각각 '롤러코스터'
복수공항 도입 세계 대도시 기류와 정반대
신도시 개발론에 휩싸인 김포국제공항.
'하늘길 관문'이란 외길을 걸어온 김포국제공항이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도시 개발론'을 쏘아올리면서다.

한동안 이 후보는 집값을 잡기 위한 대량 주택 공급을 약속하면서 말 끝머리에 김포공항이 후보지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대선을 앞두고 나온 이 아이디어의 원조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에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합하고 김포공항 부지에 세계 최초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도 줄곧 김포공항 택지 개발을 주장했다.

이러한 기조의 바통을 이재명 후보가 받았다. 이 후보는 경선후보 시절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총 250만호의 주택을 임기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수도권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만한 새로운 부지를 찾는게 쉽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 이름이 갑자기 툭 튀어 나왔다(갑툭튀). 기다렸다는 듯 인천·서울·경기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제 비행 훈련장서 원조 국제공항으로...영욕의 김포공항

김포국제공항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 일본군이 경기도 김포군 양서면 방화리에 건설해 비행 훈련장으로 이용한 것이 시초다.

1945년 광복 후 미군이 사용하다 미국 공군이 1958년 관리권을 이양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양 직전 국제선 관문 역할은 1953년 국제공항으로 승격한 여의도공항(당시 경기도 고양군 용강면, 현 서울시 영등포구)이 맡았다. 그러나 홍수에 취약한 지리적 약점 때문에 여의도공항의 민간 공항 기능은 1958년 김포공항으로 이전됐다. 여의도공항은 공군기지로 사용되다 1971년 경기도 성남에 새로 공군기지(서울공항)가 만들어 지면서 폐쇄됐다.

국제공항으로 거듭난 김포국제공항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하늘길 관문을 담당해왔다.

국제선 기능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넘어간 뒤에는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쪼글아 들었다 2010년 한·중·일 수도를 연결하는 이른바 '베세토(Be-Se-To)' 하늘길을 완성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폈다.

현재는 김해·제주·대구·광주·울산·여수·포항·사천 등 국내 8개 노선과 일본(하네다·오사카), 중국(홍차오·베이징), 대만(쑹산) 등 3개국 수도를 취항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항공 방역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국제선 운항은 2년째 중단된 상태다.

김포국제공항 부지는 844만㎡(약 255만평)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크다. 서울 여의도 면적(839만6210㎡, 254만평)과 비슷하다.

김포국제공항 배후부지.

'펜타' 역세권...택지 개발로는 최고의 입지

주택 공급 설계자 입장에서 김포공항은 매력적인 곳이다. 인구·개발 밀도가 높은 서울에 남아있는 사실상 마지막 노른자위다.

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과 환승이 가능하고, 내년에 대곡소사선(소사역~부천종합운동장역~원종역)까지 완공되면 5개역 환승이 가능한 '펜타' 역세권이 된다.

1시간내 서울 도심 접근이 가능하고, 서울 도심과 인천공항, 수도권 안팎을 연결하는 사통팔달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김포공항 에어사이드(활주로 등 항공기 이착륙 지역) 부지는 정부(국토부), 랜드사이드(여객터미널 등 에어사이드외 지역)는 한국공항공사가 소유하고 있어 정부가 정책적 결단만 하면 토지수용 등의 후속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40여년간 수도 관문 공항 역할을 잘 해오던 김포공항이 갑자기 주택 공급론자 들의 눈에 들게 된 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택 공급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다.

민주당측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공항 부지를 경기 부천, 인천 계양구, 김포 일부까지 연결해 개발하면 20만~30만호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포공항을 이전하면 소음 민원 문제도 해결되고, 고도제한완화로 인근 주택 공급이 더 원활해 질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비공개 고위 전략회의에서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과 관련한 서울권의 우려가 있다는 동향 보고에 "한가한 정책 만들자고 여기 있는게 아니지 않느냐. 이기려고 선거하는 거다"면서 "2주 시간을 주겠다. 그때까지 김포공항 공약을 내실있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후 김포공항은 부동산 시장에 갑툭튀가 돼 '설마'에서 '유력한' 택지 개발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김포공항 이전론은 민주당내에서 여전히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유지, 국제선 인천공항 이양' '김포공항 이전 백지화'까지 '톤' 다운된 방안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주택 공급 기조는 유지하되 수도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서울 민심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포·인천공항, 물리적 통합 가능할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조직적 측면에서의 통합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후보의 종전 계획대로 김포공항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

앞서 김포공항 이전론을 제기해온 박용진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건설중인 제4 활주로와 향후 제5 활주로까지 완성되면 김포공항 이용객 포함 연간 1억3000만명의 여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인천공항이 5활주로를 추가 건설할 경우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능력은 1억3000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여객 수요가 이를 초과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 여객 전망치를 보면 인천국제공항은 2030년 1억1542만명, 2035년 1억313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역시 2030년 3781만명, 2035년 379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께 두 공항 여객수요는 이미 1억5000만명을 넘어서 인천공항이 최종 목표로 삼은 5활주로를 건설하더라도 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활주로를 그 이상 늘리더라도 인천공항은 휴전선이 가깝고 비행금지구역 등으로 인해 공역(하늘길) 확보가 쉽지 않다.

현재 인천공항의 항공기 최대 수용량은 시간당 100대, 연 1억 명 수준이다. 특히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좋은 국제선을 선호한다.

부족한 공역은 대부분 국내선을 축소해 충당하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수도권 이용 여객의 불편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김포공항이 신도시로 개발된다면…

국내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흑자인 김포·제주·김해공항이 먹여살리는 구조다. '빅3' 공항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나머지 적자 공항을 메운다.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수익의 큰 축이 사라지게 된다. 김해·제주공항이 남지만 김해공항은 신공항 사업인 동남권 신공항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공항도 2공항 신설이 유력하다. 부산시와 제주도가 이들 공항 운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빅3' 공항의 운영 주체가 바뀌게 되면 나머지 적자공항은 온전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서울에 있는 김포공항을 없앨 경우 대규모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전 김포공항을 이용했던 2544만명이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을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통행시간, 통행비용, 대기오염 등 사회적 비용은 연간 2240억 원, 30년간 6조7000억 원에 이르고, 추가로 지출하는 교통비용은 연간 1532억원, 30년간 4조6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 의왕·군포·안산, 과천 과천, 인천 구월2 등 3기 신도시 입주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김포공항은 용지 면적기준으로 위례신도시 급이다.

내집 마련의 꿈을 위해 서울과 다소 먼 지역의 3신도시를 택한 입주민들에게 김포공항 택지는 위협요인이다.

정부가 고양 창릉, 부천 대장동 일대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할 때 인천 검단신도시, 파주 운정3지구, 화성 동탄2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과 같은 이치다. 3기 신도시 수요를 흡수해 대규모 미분양 또는 조기 이주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감지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기회를 잃게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UAM(도심항공교통)이 대표적이다. 한국형 UAM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형 UAM은 초기(2025~2029년), 성장기(2030~2034년), 성숙기(2035년 이후) 등 3단계 전략에 따라 추진된다. 2025년 기장이 탑승하는 초기 시범 단계를 시작으로 2030년 상용화, 2035년 완전 자율비행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김포공항에서는 조종사가 탄 UAM이 시범비행에 성공했다. 도입기인 2025년에는 서울 강남에서 김포공항으로 갈때 지하철이나 자가용 대신 대신 드론택시를 탈 수도 있다. 김포공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친환경 교통 수단인 UAM, 전기·수소 항공 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김포공항 국제선은 항공사와 외국인이 선호하는 노선이어서 전기·수소·하이브리드 항공기 운영도 가능하다.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최적지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대도시권, 복수공항 체제 가속

단순히 주택 공급을 위해 수도나 주요 도시에 있는 공항을 없애는 나라는 드물다.

오히려 세계 대도시권은 1970년 대 이후 기존 공항으로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자 복수공항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심과 떨어진 곳에 신규 대형 공항을 건설하고, 신규 공항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기존 공항의 역할을 축소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태국 방콕의 수완나폼공항과 돈무앙 공항이 대표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 62개 도시가 152개의 복수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11개국 18개 도시는 연간 1000만명 이상 처리 공항을 2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한때 신규 대형 공항을 밀어주던 정책이 유행했으나 지금은 기존 공항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증가하는 국제 항공 교통량의 흡수 총량을 늘리는 것이 국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도쿄 소재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2000㎞ 운항 규제를 폐지해 나리타공항과 '투 포트(Two port)' 체제를 확립했다.

이외에도 연간 1000만명 이상 처리하는 공항을 2개 이상 보유한 도시(41개)에서는 국내선, 국제선 구분 없이 여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인위적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도시는 일본 오사카, 브라질 상파울로 등 소수에 불과하다. 2019년 개항한 중국 베이징 제2공항도 국내선과 국제선을 분리하지 않았다.

최근엔 호주 시드니 신공항, 중국 칭다오 신공항, 독일 베를린 신공항, 케냐 등 1개 공항을 가진 20여개 도시가 복수 공항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주 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계 대도시 권역이 복수공항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미래 항공수요를 선점하고, 소비자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만약 차기 정부가 수도권에 형성된 복수공항 체제를 포기한다면 항공산업 육성·확장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 균형 발전, 통일 시대, 국민 편의성을 고려해서라도 수도내 공항 유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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