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우리 미래 보장하는 건 과학기술

2022. 1. 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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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국제사회에 성공적인 데뷔를 한 중국은 미국의 계속된 정책실패(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대처 등)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G2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중국몽을 기치로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G1인 미국과의 갈등을 예고했다. 중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비화되었고, 바이든에 이르러서는 인권과 자유주의라는 가치를 앞세워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함으로써 더욱 확대되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중국과의 갈등을 국방과 안보에서 과학기술 패권 경쟁 차원으로 확장하여 과거보다 높은 강도로 기술보호, 인력유출 방지, R&D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상·하원은 최근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향후 5년간 최소 2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패키지 법안인 '미국혁신경쟁법'을 발효시켰다. 또한 이 법안 가운데 '무한 프론티어법(The Endless Frontier Act)'을 통해 AI, 양자기술 등 10개 핵심 첨단기술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기능 강화를 통해 10대 기술에 대해 5년간 110조를 투자하여 핵심전략기술 역량 확대와 중국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기술 분야별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중국은 작년 초, 14차 5개년 중장기 계획을 통해 7대 기술과 8대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이 이끄는 발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조업의 기술 자립화를 천명하였고,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술의 자립 자강'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에 국가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냉전(new cold war)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각 나라가 자국의 국제적 위상 확보와 국익 증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계속되는 미·중 패권 싸움에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일방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어느 일방을 향한 선택적 배팅보다는 국가이익에 기반한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이는 우리가 첨단 과학기술에서 초격차 우위를 가질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제 AI, 양자기술, 반도체, 5G·6G 등의 전략적 과학기술은 우리나라와 미·중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경쟁, 협력 구도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필수 전략기술분야에 대한 초격차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미·중 간의 패권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10개의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과 육성보호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10개의 전략기술인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양자, 우주·항공, 5G·6G, 첨단로봇·제조, 사이버보안, 수소 분야는 국방·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차세대 먹거리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며, 국가 생존과도 직결된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리의 국가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육성·보호정책은 마련되었다. 앞으로 이를 잘 수행할 일만 남았다. 정부는 육성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기술별 전략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도를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산학연 연구자들은 상호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기술주도권 확립을 위해 대체불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은 톡톡 튀는 새로운 원천기술 아이디어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또한 각 전략기술분야의 미래 인력양성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출연(연)은 지난 50여 년 간 축적해 온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 전략기술을 연구하는 임무형 연구소로 전환하여 연구결과의 축적, 응용할 수 있는 거점을 기관화하여 국가 필수 전략기술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강대국과 맞짱뜰 수 있는 핵심기술의 연구개발이 성공한다면, 계속 강화되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히든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과학기술인들의 분명한 목적의식과 사명감, 책임의식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고, 우리의 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과학기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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