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치 찍는 해상운임.. 가전제품 가격 끌어올리나

SCFI 5100선 넘으며 고공행진
국내 제조업체 원가부담 가중
美서부항만 파업이 최대변수로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가 연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해상운임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꽉 막힌 해상운송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가부담 증가, 수익성 악화 등에 시달리는 국내 제조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일 기준 5094.36을 기록했다. SCFI는 지난 7일 사상 처음 5100 선을 돌파하며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수요 폭증으로 해상 운송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물건을 운송할 선박 수가 부족한 데다 항만인프라 노후화로 물동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물류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연이은 등장은 주요 항만 폐쇄 등을 야기하며 해상운임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 번에 차량 7300여대를 운송할 수 있는 '포스트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수용이 가능한 항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만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조사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해상 물동량은 4% 증가하지만 선복량(화물 선적공간)은 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 강성노조인 미국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의 파업 가능성은 올해 해상운임 진정세를 가로막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항만노조와 항만운영사(PMA) 간 노동협약은 오는 7월 만료돼 재계약 협상에 돌입한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새로운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조의 힘이 극단적으로 커졌는데 PMA는 인프라 법안과 관련해 일자리를 위협하는 항만 자동화 투자까지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해운운임은 하반기에도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상운임 급등세 장기화에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해상 물류망을 주로 이용하는 가전·전자업계 피해가 특히 크다. 실제 삼성·LG전자의 지난해 3·4분기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 22%씩 인상됐다. 원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판매가로 전가되는 만큼 제조업체 입장에선 단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웬만한 웃돈으로는 선박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운임을 주고 나면 수출을 해도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