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역대급 수요예측 몰린 이유.. "상장 후 유통물량 없다" 기관들 총력전
주요지수 조기 편입 가능성 높아
"기관 배정물량에서 받지 못하면 가격이 급등해도 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기관 주문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1경5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유통물량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관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벤치마크가 코스피 지수인 상황에서 무조건 시총 2위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담아야 하는데 기관 배정물량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는 훨씬 높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 국내 기관 1536곳, 해외 기관 452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 최종 20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주당 희망공모가액(25만7000~30만원)의 최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됐다. 경쟁률은 이전에 가장 높은 기관 경쟁률이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1883대 1을 넘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경쟁률과 주문액보다는 상당수의 기관이 보호예수(록업)를 걸었다는 점에서 유통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증권신고서를 보면 LG화학은 상장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다. 이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 이후 6개월간 의무보유등록 대상이다. 일반 투자자 물량 중 우리사주조합으로 우선 배정되는 3.63% 역시 1년간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이 둘을 더하면 총 85.47%다.
이에 상장 직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14.53%에 불과하다. 일반투자자(4.5%)와 기관투자자(10%)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관이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대부분 록업을 걸면서 실제 유통 가능물량은 더 줄어들게 됐다. 실제 기관 배정물량 중 일정 기간(15일~최대 6개월)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은 77.4%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배정 4250만주 중 2550만주의 77.4%가 록업이 걸린 상황"이라면서 "기관 물량 중 22.6%만 록업이 없는 가운데 유통 가능물량은 약 5.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코스피200, MSCI, FTSE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수 편입 시 1조~1조5000억원 수준의 패시브 자금 매입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이후 가격 상승을 예상한 액티브 펀드의 수요도 집중될 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를 받지 못하는 패시브 수급들과 공모를 목표만큼 받지 못한 액티브 펀드들은 무조건 LG에너지솔루션의 물량을 채워야 하고, 공모주 흥행을 노리는 개인 수급까지 몰릴 것"이라면서 "사이즈가 워낙 커 '따상'은 힘들겠지만 주가가 말도 안 되게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기관 입장에서는 공모를 못 받으면 상장하자마자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시가부터 바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무리해서라도 '울며겨자먹기'로 공모주에 대거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물량을 받지 못한 기관으로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높은 가격 수준에서 매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둔 개인들의 매수세도 더해져 가격은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들은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한 LG화학을 매수하거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피어 셀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부분 펀드가 코스피를 벤치마크(BM)로 설정한 상황에서 유통 가능물량이 제한된 상황이 벌어졌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BM을 언더퍼폼(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로 공포수요가 한층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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