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퇴 거론' 정몽규 회장, 달아나지 말고 책임 다해야

한겨레 2022. 1.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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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공사 중이던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는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국내 건설업체 시공능력 순위 9위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우선 놀랍다.

현대산업개발이 불과 7개월 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게 된다.

일단 전면에 나서서 사고를 수습한 뒤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맞는 순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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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안양 관양동 한 아파트단지 들머리에 재건축 관련 펼침막이 걸려 있다. 재건축조합, 건설사 펼침막 사이로 현대산업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한 단체의 펼침막이 보인다. 연합뉴스

신축 공사 중이던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는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국내 건설업체 시공능력 순위 9위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우선 놀랍다. 현대산업개발이 불과 7개월 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게 된다. 사고 엿새째를 맞은 16일에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안타깝게 이어졌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 파악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 같다. 그런데도 현대산업개발의 실질적 최고경영자인 정몽규 회장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6월9일 학동 주택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정 회장은 바로 다음날 광주광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 회장은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몇달 만에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났다. 정 회장이 광주에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유병규 대표이사 사장만이 12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종자와 가족, 광주 시민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미등기 임원이지만, 상근 회장이며 자신이 최대주주인 에이치디씨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오너’다.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부실 시공사의 대명사로 지탄받고 있다.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등 주거 통합 브랜드 ‘아이파크’의 평판이 추락하고, 현대산업개발과 시공 계약을 한 주민들의 계약 해지 요구가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뒤에 숨어 있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미루는 듯한 모습은 비겁해 보인다.

일부에선 정 회장이 조만간 회장직 사퇴 같은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항구적 퇴진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거취 표명이라면 매우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일단 전면에 나서서 사고를 수습한 뒤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맞는 순서라고 본다.

지난해 6월10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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