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는 위법" 영리병원 개설 가능해져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내국인 진료 허가 문제를 두고 제주도와 병원 측이 갈등을 벌이는 사이 의료법상 영업 개시 기한을 초과한 것을 이유로 제주도가 앞서 내줬던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 13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주식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녹지병원에 대해 개원 허가를 내줬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 개원 허가였다. 다만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금지’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녹지제주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자 제주도는 이듬해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지제주 측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제주도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작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조치는 기업의 이익에 반해 부당하다”며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주된 이용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하면서도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원 준비를 마쳤는데 제주도가 허가 신청 15개월이 지난 후에야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면서 사업 계획의 수정과 인력 채용 같은 개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제주도가 녹지제주 측에 내어 준 개원 허가는 유효하게 됐고, 병원은 다시 개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진료 대상 범위를 다투는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앞서 법원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며 녹지병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했었다.
중국 뤼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한 녹지병원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2만8002㎡ 부지에 2017년 7월 들어섰다. 연면적 1만8253㎡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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