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패스 상반된 결정, 방역 혼란 가중시키는 법원

한겨레 2022. 1. 16.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4일 3000㎡ 이상 대규모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법원의 행정13부는 대규모 점포 방역패스 적용을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가 지난 4일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 적용 중단 결정을 내릴 때도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해 비과학적 의견을 제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 뒤 첫 주말인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체크인을 위해 대기한 모습(왼쪽 사진)과 경기도 한 대형마트에 방역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법원은 지난 14일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서울시에 한정해 정지했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4일 3000㎡ 이상 대규모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법원의 행정13부는 대규모 점포 방역패스 적용을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별로 이렇게 상반된 판단을 내리니 법원 결정의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방역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행정4부는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행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 미접종자들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반면 행정13부는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생필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지 않는다”며 “방역패스 처분 효력을 유지해 공공복리를 옹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은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개인의 기본권과 공공복리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할지 가늠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가치관에 따라 방역 정책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법원은 중앙정부의 방역 조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결론을 내놨다. 행정13부는 소송 대상이 된다고 본 반면, 행정4부는 정부 조처가 지방자치단체의 공고를 통해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자체를 상대로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봤다. 결국 행정4부의 방역패스 적용 정지 결정은 서울에서만 유효하게 돼, 나머지 다른 지역들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은 전국민의 안전 및 공공복리와 직결되는 고난도의 정책이다. 의학·역학적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국지적이 아닌 전국적 대응과 적시 집행이 필수적이다.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방역 정책을 법원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가 지난 4일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 적용 중단 결정을 내릴 때도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해 비과학적 의견을 제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법원은 기본권 보호라는 사명에 충실하되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과학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신중하게 심리해야 할 것이다. 법원의 엇갈린 결정으로 인한 당장의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선 상급심의 결정이 신속히 나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도 법원이 제기한 기본권 침해 우려를 검토해 합리적인 부분은 수용하면서 방역패스 체계를 조속히 재정비하기 바란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